2025.10.23 용혜원 <10월>
낮에 수제비를 만드신 엄마께서, 호박이 없어서 고명 없이 그냥 먹자고 하셔서, 혹시나 하고 텃밭에 가보았지요. 늦은 효자, 가지만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한 광주리 담아왔어요. 아무리 바빠도 이번엔 꼭 마늘과 양파를 심어야지... 마음먹는데, 왜 그렇게 하루 해가 짧은지요. 늦가을로 들어서더니, 해 꼬리는 점점 더 짧아지고, 스산한 기운이 곳곳에서 맴돌고요. 학원 벽에 아직도 걸려있는 선풍기들과 작별해야겠어요...
금주 일요일에는 성당에서 아나바다 장터가 열린다 하길래, 사놓고 체중이 불어서 한 번도 안 입은 옷을 포함하여, 두 보따리를 장터에 내놓았답니다. 겸사겸사, 오래된 옷 가지들을 재활용 철 상자에 넣는데, 오래되었어도 하나도 빛바래지 않은 추억들이 함께 던져졌지요.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정장 윗옷 하나를 다시 건져서 봉투에 넣었네요. 우리 아이들 중학생 때, 제가 학부모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행사 때 많이 입던 옷이라, 잠시 더 보관하려고요... 어차피 못 입을 옷인데도, 소매깃도 닳아서 남 부끄럽기도 한 옷인데, 차마 버리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 갑자기 집을 비워 달라하길래, 너무 황당했던 나머지, 처음으로 연배 높은 사람에게 소리 지르고 나니, 왠지, 후회는커녕, 속이 뚫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요... 아마도, 올여름 열심히 황톳길 산책 하면서 드디어 정이 들어가는 판인데 아쉬운 마음이 생겨서 그랬나 봅니다. 다른 집을 얼른 또 찾아봐야 하고, 더 바쁜 날은 연속되고요.. 핑계김에, 집안 정리 확실하게 하게 생겨서 오히려 잘 되었다 싶습니다.^^
달력에 상강(霜降)이라고 쓰여 있군요.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 요즘 내린 비로 파종하려던 보리에 싹이 피었다는데, 상강 전후 보리파종을 하기도 하지요. 저는 농사일은 안 하니, 진한 국화차 한잔 마시면 좋겠다 싶어요. 살짝 감기기운이 맴도니까요. 여러분께서도 서리 맞지 마시고, 국화꽃이랑 국화차로 즐겨보세요. 오늘의 시는 용혜원시인의 <10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0월 – 용혜원
가을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계절은 없습니다
가을은 고달픈 이들에게
마음의 쉼터를 만들어 줍니다
가을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 열매 속에는
여름 햇살의 사랑 노래가 가득합니다
꽃 피는 봄과
찬란했던 여름
열매로 가득한 가을
모두가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한 만큼의 행복을 갖고 나누는
당당하고 멋들어진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떠나기 위하여
가을 나무들이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온몸을 물들입니다
아름다움을 만드는
나무 잎새들의 마음이
감동을 만들고 있습니다
텃밭 앞 논,,, 수확의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