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이문재 <혼자의 넓이>
책방의 공식 휴무일은 ‘월요일과 일요일’입니다. 주거를 함께 하는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제 맘대로 오픈’이지요. 어제는 맘도 꿀꿀해서 사람이라도 만나보자는 심산으로 책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양한 분들이 오셨습니다. 먼저 말랭이어머님들이 오셨지요.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고 말씀하셨죠. 새해에는 당신들의 꿈속에 ‘글방공부’가 있다는 말씀을 또 하셨습니다. 이제 가까이 사니,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반가운 손님 중에 <긴 문장을 읽고 나니 아흔 살이 됐어요, 걷는 사람 2023>를 쓰신 ‘강나무’ 시인도 오셨는데요. 친정이 군산이라 발걸음 한 김에 새 책방을 찾았다고 했지요. 함께 있던 지인들과 사진도 한컷 찍으며 뜻밖의 시인만남을 했답니다. 또 제가 부재 시, 해당화 꽃 차를 두고 가신 분도 계셨지요. 마침 찾아온 또 다른 지인께 꽃차를 대접했습니다.
어제 만난 분들 중에 저의 답답한 속을 가장 시원하게 풀어준 분이 계시지요. 저의 도덕적 관념은 말 그대로 ‘관념’을 꽉 찍어 놓은 듯한 때가 많습니다. 관념(觀念)이란 말은 때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나타나는데요. 이 말이 도덕이란 말과 합성이 될 때, 진정한 자유를 억압받기도 합니다. 제가 그런 상황을 만드는 때가 종종 있어요. 저도 때때로 시원하게 욕도 하고 싶고, 소리도 지르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걸 잘 못합니다. 의식적 관념에 막혀서요.^^ 이런 저의 마음을 잠시라도 화통하게 풀게 해 준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이 생각나 혼자 웃으니, 고마울 수밖에요... 하여튼 어제의 답답함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으로 다소 희석되었습니다. 아마도 오늘도 그러하겠지요. 역시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사람만이 황홀한 오로라 입니다. 오늘도 그런 사람 만나보시게요. 이문재시인의 <혼자의 넓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혼자의 넓이 – 이문재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 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 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로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