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46

2025.12.20 복효근 <홍시>

by 박모니카

책방 앞 감나무는 벌거벗었지만 하나 남은 홍시가 떨어져, 누가 먹는지, 야금거린 자국이 있어요. 혹시나 새가 먹나? 제가 보기엔 고양이 흔적이 보이기도 하고요. 누가 먹든 홍시의 단물이 에너지가 되어 생명이 살아가겠죠. 친정엄마는 이 홍시를 섞어서 고추장을 만드셨어요. 일명 ’ 홍시고추장‘. 추가되는 양념으로 매실과 대추, 마늘 등 10여 종의 재료를 넣었으니, 그 맛이 보통은 넘겠지요.^^


손이 떨려서 그릇을 드는 것도 불안한테, 자식들 준다고, 병마다 고추장을 다 넣어서 준비하셨더군요. 맛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끝내주고요. 흰 눈 펑펑 내리는 겨울저녁, 하얀 쌀밥에 붉은 홍시고추장 한 점 올려서 먹었으면 좋겠다... 고 말씀드렸네요. 선물로 용돈을 드렸더니, 마지막 고추장이다 생각하고 맛있게나 먹으라고 하시네요. 어떻게 고추장을 담았는지 그 비법을 알아야 하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고추장의 맛, 그 속에 분명 홍시 맛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홍시 같은 만남들이 줄지어 있네요. 20년이 넘는 모임부터 군산 문협에서 주최하는 디카시에 관한 강연까지 있어요. 얼마 전 제가 디카시 공모전을 했던 터라, 꼭 가봐야지 했지요. 이론을 잘 들어두어야, 제2회 디카시 공모전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강연자는 ’ 복효근시인‘이고요. 시인께서는 디카시의 전문가이니, 사진촬영과 글쓰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오셔서 함께 시인의 말씀을 들으면 분명 좋은 시간이 될 거예요.


시인께서 혹시 홍시에 관한 시를 쓰셨을까 하고 찾아보니 정말 있네요. 홍시의 얼굴을 보며 누군가가 쓴 붉은 문장이라고 명명한 시인. 시 한 편을 쓴다는 것이 홍시가 되기까지의 인고를 겪어내어야 하는 일이라 말씀하는 것 같이 들리네요. 복효근시인의 <홍시>를 읽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홍시 – 복효근


누구의 시냐

그 문장 붉다


봄 햇살이 씌워준 왕관

다 팽개치고


천둥과 칠흑 어둠에 맞서

들이대던 종주먹

그 떫은 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다

12.20홍시고추장1.jpg

사진이미지 차용

12.20 홍시고추장.jpg 엄마의 홍시고추장 '홍시 맛이 나니 홍시라 하온것인데...'라는 어느 배우의 목소리가 들려요.
12.20 디카시1.png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