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2 이경아 <날마다>
말랭이 마을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것,... 해돋이와 달과 별을 매우 가깝게 보는 것이지요. 윤동주의 시 <서시>에서 처럼 때때로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라는 말도 느끼기도 했고, 김소월의 시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에서 처럼 ’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을 보는 영광을 자주 만나곤 했지요. 동절기 해 뜨는 시각이 늦어서인지 늦잠을 잔 오늘도 저 멀리에서 붉은 물감 습자지에 퍼지듯, 부드럽게 세상을 밝혀주는 일출 덕분에 아침을 맞이합니다.
사실 군산에 귀향한 지 23년이나 되었지만, 또 말랭이에서 내려다보이는 여고시절이 바로 코앞에 있지만 정작 그 시절을 함께 추억할 만한 동창생이 거의 없었는데요... 그래도 간간히 책방을 오거나, 간접 연락으로 또는 아침편지로 인연을 맺고 있는 두서 명의 동창생안부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제는 새롭게 연락을 해 준 동창생이 있어서, 손가락 빠른 모니카가 바로 단톡을 만들었지요. 3학년 9반, 총 5명의 중년동창생!!
수업 후에 밤늦게 고등졸업앨범을 꺼냈네요. 다행히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한쪽으로 챙겨두었던 터라 쉽게 친구들의 앳된 얼굴을 만났어요. 벌써 40년이 넘은 세월이라니. 흘러가는 시간을 탓하지 말자 하면서도 오히려 물리적 시간이 주는 허탈감이 더 커서, ’ 내가 그렇게 오래 살고 있나?‘를 반문할 정도로 긴 세월이 흘러가 있군요.
앨범 곳곳에 곰팡이가 슬어 누렇게 굳어진 얼룩이 가득해도, 친구들의 청초로운 모습과 깔깔거렸던 음성이 옛날을 지우고, ’다시 재밌게 새 모습으로 살아보자 ‘라는 신호탄을 보내는 것 같아서 밤 새 행복했어요. 책방을 찾아온다고 하니, 조만간 친구들이 몰고 올 신세계가 훅! 하고 들어오겠지요. 책방 하길, 참 잘했다 하는 생각도 훅! 하고 들어오네요.
오늘은 말랭이 어머님들과 송년 점심이 있어요. 세세한 일까지 일일이 챙겨주신다고 늘 고마워하시지만, 저야말로 말랭이에서의 추억을 언제 어디서도 잊지 못할 거예요. 당신들의 소망은 글방동무들 10명이 함께 외출하여 맛난 밥 한 끼 먹고 풍경 구경하는 일인데요, 오늘은 점심과 차 한잔까지의 시간은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참고로 오늘 동짓날인 거 아시죠... 붉은 팥죽 한 그릇 드셔보세요.
이제 송년이란 말이 모퉁이를 돌아서 스스럼없이 얼굴을 내미는 주간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날?? 이 남았으니, 하루 한 날, 한 시간을 아껴주고 쓰다듬으며 애정하고 고마워하시게요. 남은 날들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으면 다가오는 날들이 그 냉기를 바로 알아차리고 안 올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은 군산의 이경아 시인의 <날마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날마다 - 이경아
새벽마다
눈 떠 바라보는 경이로움이다
한결같은 마음 변함없이
슬픔 안고 깊게 잠이 들면
오늘을 알지 못할 때 있겠지만
아직은 그저 그런 날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맞이하는 오늘이 아닌
살아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 절로 드는 축복이라고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 꿈꾸면서
아무 걱정 없이 지켜가는 오늘이 있어
얽히고설킨
인연의 실타래 풀어가며
정돈하며 갈 수 있는 그날까지
오늘, 참으로 고맙다.
사진,안준철 시인
이경아 시인의 신작시집 <사유의 매듭을 풀다>
책방손님처럼,, 독서대에 앉아 창밖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