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49

2025.12.23 도종환 <적광>

by 박모니카

학원을 운영하면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학생들에게 부탁했어요. 항상 저나, 제 아들 딸이 해주었는데요. 올해는 학생들이 하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초등 6학년들이 수업하는 시간, 10분 빨리 끝내고, 장식을 해달라고 했어요. 평균 2-3년 동안 학원을 다닌 학생들이라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모두 알지요. 중요한 것은 학원 트리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 학생 자신을 위한 트리‘를 만들며 즐거워했다는 거지요. 역시 무엇을 하든지, 자기가 주인인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 하더라도요.


말랭이 어머님들과 송년잔치를 했는데요. 제가 말랭이를 떠나는 것에 정말 서운해했어요. 아무리 가까이 이사를 왔어도, 그래도 말랭이 동네를 떠나는 일은 서운한 일이라고, 어떻게 하면 더 있게 할 수 있냐고 묻기도 했지요. ’ 저야말로, 두 집 살림하기가 예전 같지 않아요. 나이 들었나 봐요.‘ 했더니 너무 아쉬워하셨어요. 하지만 언제든지 만나고, 기회를 만들어 공부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 잊지 않을게요. ’ 오는 인연 막지 말고 가는 인연 잡지 말자’라는 저의 평소 생각도 잠시 주춤거렸답니다.^^


4년 전에 만났던 어른들의 나이도 이제 그만큼 더 드셨는데요. 2년 전부터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양조장과 공방을 하는 것이 힘에 부치다고 하셨습니다. 말랭이마을에 입주하는 작가들도 년 1회 임대료를 내는 입주형태인데요. 이를 두고 군산시가 작가들을 상대로 임대장사를 한다는 말들도 많았지요. 그럼에도 각 지자체의 운영방식이 다른 점을 수용하고 생활했었죠. 그런데 말행이를 문화마을화 시키려는 시의 정책에서 어른들의 노고도 적지 않은데요. 양조장, 공방들을 운영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고 해서 시작했었는데, 적지 않은 임대료를 연로하신 분들에게까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죠.


다른 건 몰라도, 4년 동안 어른들의 활동을 보아온 입장에서 그분들의 연로하심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첫째이니, 아무리 시의 정책상 양조장과 공방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무리하지 마시라고만 말씀드렸네요. 평균 80세를 넘기는 어른들의 소원은 공동체 생활을 하며 즐겁게 사는 것, 그뿐일 거예요. 하여튼 지금의 책방지기로 만들어 준 말랭이 어머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도종환시인의 <적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적광 寂光-도종환


일주문을 나섭니다

일주문 밖은 어둠입니다


적멸에 드시어 지혜 광명으로 빛나는

법신에 절하고

절 문을 나서

번뇌 망상 가득한 곳으로

차를 몰고 갑니다


버리면 된다 하시지만

버리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마음의 안과 밖은 소음으로 가득합니다

해탈이나 적정 寂靜의 경지는 너무 어려워

고요하고 맑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네 안에 부처 있다 하시지만

나한도 되지 못한다는 걸 제가 잘 압니다

다만 풍경 소리 들으며

조금 더 온유해져서

열병으로 들끓던 육신이

회복의 시간으로 옮겨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음의 적광전 뜨락에

잠시 머물 수 있기를 청합니다

평온해진 마음 위에 선물처럼 내리는

내면의 빛 앞에

잠시 걸음 멈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 안준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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