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54

2025.12.28 신경림 <겨울날>

by 박모니카

송년의 아쉬움이 클까요. 새해에 대한 기다림이 클까요.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다가오는 하루하루에게 묻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까...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세밑자리에 앉으니 왠지 모를 미묘한 감정이 꿈틀거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도 날은 밝아오고, 지난밤 태어난 하얀 세상을 안아주듯 새날 새빛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오늘을 또 시작하라고요.

올해가 가기 전 ‘군산인문학당’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놓은지 이제 2일. 좋게 말하면 추진력 짱, 달리 말하면 급한 성질 헉... 한 저를 닮았는지, 회원들의 예상활동 기대치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저토록 공부에 목이 말라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이 학당의 분위기를 완전히 공부마당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회원들에게 가는 해와의 작별은 Cool 하기만 한 듯해요. 그들이 내뿜는 열정으로 이미 지는 해는 기절해 버렸습니다. 더불어 저는 회원들이 주시는 색다른 양식으로 다시 허기를 채우게 되는군요. 저는 중간자 역할을 했을 뿐인데, 배움의 공동체마당을 모범적으로 보여줄 회원들의 자세를 보면서, 역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박노해 시인의 어구가 떠오릅니다.


어젯밤은 책방의 모든 불을 끄고, 책방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눈이 나빠서인지 어둠에 편안함을 느끼곤 하는데요,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이 내는 희미한 글소리를 들으며 군산작가님들의 시와 에세이에서부터 국내의 유명한 시인들의 신작 시집, 동양고전과 한시에 관한 책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만져 주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도 궁금해지더군요. 말랭이에서도 느꼈지만 오랫동안 책꽂이에 있었어도 꼭 누군가가 와서 그 책의 주인이 되었던 경우를 여러 번 보았거든요. 아마도 책방지기의 재미는 이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책이 잠자며 코를 고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는 즐거움. 마치 복실이가 코를 골며, 즐거운 잠꼬대로 웃으며 자는 모습을 보듯이요.

오늘은 2025년 D-4. 사일동안 사백일보다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두시길 바래요. 신경림 시인의 <겨울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겨울날 – 신경림


우리들

깨끗해지라고

함박눈 하얗게

내려 쌓이고

우리들

튼튼해지라고

겨울바람

밤새껏

창문을 흔들더니

새벽하늘에

초록별

다닥다닥 붙었다


우리들

가슴에 아름다운 꿈

지니라고

말랭이 마을에서 마지막 설경... 4년 동안 참 잘 놀다 갑니다. 여기에선 맺은 모든 인연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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