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55

2025.12.29 류시화 <물안개>

by 박모니카

매주 맞는 월요일인데, 오늘은 머리말 하나 붙여요. 2025 마지막 월요일이군요. ‘유시유종 (有始有終) 처음이 있으니 끝도 있다 ‘ 했지요. 그만큼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라고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경계의 종소리를 들려줄 것 같아요. 매양 사는 것이 비슷해서, 이런 날들의 숫자마저도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제는 겨울 지난 초봄 같은 햇살이 책방으로 몰려들더니, 방문객들도 제법 있었답니다. 제가 아침에 잠시 자리를 지키다가 벗들과 놀러 나간 사이, 남편이 책방을 지켰는데, 팔린 책의 리스트 줄이 길더군요. 10권이나 팔렸으니, 충분히 자리값 했네,,라고 속으로 생각했답니다. 물론 새 책을 중고책으로 알고 2권에 5000원만 받은 걸 보며, ’ 미쳐 미쳐...‘라고도 생각했고요. 하지만 더 잔소리하면 그나마 자리를 안 지킬까 봐 참았네요.^^ 어차피 손해 본 그 돈은 '내 것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지' 라고 생각하며, 팔린 책을 주문했답니다.

오늘은 학부모들께 보내는 새해 편지도 써야 하네요. 학생들의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원생들의 변동이 있지만, 있어도 감사, 떠나도 감사하는 맘으로 편지를 써요. 말씀드린 대로 올해 시작하면서 감사 편지를 썼으니, 마무리에 또 감사의 편지를 드려야, 유시유종의 자세를 실천하는 것이니까요. 일 년 동안 자녀를 교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제 처음으로 새 책방에서 잠을 자면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책방과 한 몸이 되는구나... 그런 맘속에는 무조건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걱정도 끼워져 있답니다. 그럴 때마다 늘 초심의 자세를 곧추세우고 어디선가 지쳐있는 저 자신을 토닥여주곤 하지요. 지금부터는 정말 ’천천히, 느리게 살아도 돼. 느림과 한 몸이 되는 법을 배워야 된데...‘라며 지인들의 조언을 되새겨봅니다. 그분들의 말씀, 모두 잘 새기도록 노력할게요. 고맙습니다.

류시화시인의 <물안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물안개-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하게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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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들이 베풀어준 나포들녘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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