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0 박송월 <보내고 맞이하며>
누군가에게 또는 무엇인가에 너무 익숙해져서 소중함을 잊곤 하는데요. 요즘 저의 책방생활은 어서 빨리 익숙해져서 면역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아요. 하물며 우리 복실이는 얼마나 더 낯설고 어리둥절할까요. 매일 자기 흔적을 남겼던 풀자리도 사라지고, 저는 이층으로 올라가 가버리는 다리가 불편해서 올라오지는 못하고 끙끙거리고요... 아침편지를 쓰려고 내려오니 그제야 마음이 편한지, 제 의자 아래 딱 붙어서 타이핑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는지, 코를 골며 잠을 자는군요. 아마도 복실이도 생각할 거예요. ’ 나도 빨리 새 환경에 익숙해져야지...‘라고요.
아침 먹이를 찾으러 가는 겨울철새들의 행로가 어지간히 소란스럽네요. 요즘 황석영작가의 <할매>라는 책도 함께 읽고 있는데요. 시베리아의 차가운 눈보라를 뚫고 날아온 개똥지빠귀가 금강 하구의 빈터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새의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새의 뱃속에 품고 있던 팽나무 씨앗은 차갑고 긴 겨울을 견디고 싹을 틔워 마을의 수호신 ‘할매’가 된다는 내용인데요. 1부에서의 주인공인 개똥지빠귀의 여정이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 가까운 나포 십자뜰에서 보았던 겨울철새들의 군무는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있어서 해마다 철새가 올 때 쯤되면 언제 다시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하지요. 마치 그 모습을 보면 행운이 올 것 같아서요. 소설에서처럼 한 마리 철새 당 나무씨앗 한 개를 이 땅에 내려놓는다면. 생각만 해도 아바타 1편에 나왔던 숲의 정령들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군요. ^^ 겨울이래도 군산에는 갈 곳도 많고 볼 곳도 많다 생각하니, 군산을 홍보하려는 책방지기의 역할이 더 넓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은 펜화를 그리는 벗들이 아침부터 책방을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겠다는 일정이 쓰여 있군요. 저야 누구든지 대 환영이고요. 핑계김에 고소한 커피와 종이, 펜의 향기를 맛볼 수 있어서 빨리 10시가 오길 기다리네요. 그전에 오랜만에 월명 산책길 걷기를 연습하면서, 이제 진짜 월명동민으로서의 자취를 살아야겠다 다짐도 하고요. 아직까지 이방인같이 살아가는 일상에게 어서빨리 익숙함이 젖어들도록 규칙적 행동으로... 오늘은 박송월시인의 <보내고 맞이하며>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보내고 맞이하며 - 박송월
해가 저물어 갑니다
하루가 아닌
한해年가
세월의
뒤안길로 물러 납니다
삼백예순 다섯 개의
살얼음판 징검다리를
두드려가며
일 년을 살아내느라
그대,
애 많이 쓰셨습니다
산다는 게
어디
순탄하기만 하던가요
거센 바람 속을
휘청이며 헤쳐 가야 했고
캄캄한 터널을
지나야 할 때도 있었지요
힘겹고 고단했지만
아쉬움과 회한만
남은 건 아닙니다
기쁨과 슬픔은
인생을 엮는
씨줄과 날줄이라서
설렘의 순간도 있었고
행복한 때도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나,
기도祈禱의 등촉 하나
가슴에 켜 놓고
밝아오는 새해는
내 소중한 그대에게
날마다 날마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간절히
두 손 모아 봅니다
나포들녁,, 저 멀리 철새들이 지나가는데요...I wish I were a 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