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68

2026.1.11 김광균 <설야>

by 박모니카


‘좋은 생각’이란 잡지는 월간지.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좋은’이란 수식어를 만나지요. 사실 이 형용사는 참으로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지요. 하지만 이 말을 붙여서 탄생하는 단어들치고 아름답지 않은 말이 없습니다. ‘좋은 사람’ ‘좋은 책’ ‘좋은 말’ ‘좋은 음식’ ‘좋은 집’ 등... 정의하기도 쉬운 듯 하고요.

그러나 ‘좋은 인연’이라는 말은 참 어려운 듯합니다. 어느 때는 형태와 양질을 느낄 수가 없어서 가늠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좋은 인연’은 있습니다. 어제 신년회를 가진 ‘군산 시낭송 회원들과의 인연’입니다.


어느새 3년째 회원으로 머물면서, 회원들의 깊고 넓게 배려하는 마음, 동글동글한 언어구사, 그리고 시를 사랑하고 낭송까지 펼쳐지는 회원들의 재능을 함께 향유하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가운데에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리더의 포용력이 있습니다.


저도 올해부터 작은 단체를 꾸리는데요. 리더의 덕목 중 제일은 ‘포용력’ 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의 단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인생선배님들이 어떻게 좋은 인연을 맺고 있는지를 잘 보고 따라 하기만 해도 절반의 절반이라도 성공하리라 생각하지요.^^


어제 오후부터 눈발이 흩날리길래 머릿속에 김광균 시인의 <설야>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이 시인에 대한 글을 조금 읽었는데요. 신기하게 이 분이 군산과의 인연이 있더군요. 1931 경성고무 공업주식회사 군산지사에서 일했다고 해요. 군산에서도 1933년부터 시를 발표했고, 당시 모더니스트 대표시인 김기림 시인이 ‘금년도 내가 추천하는 신인’이라는 타이틀로 김광균 시인을 추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합니다. 하여튼 이런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겨울밤 취미로 즐거운 일이랍니다.


오늘 기온이 더 낮아진다고 하죠. 추워서 나가기 싫지만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면, 겨울을 표현하는 시 읽기와의 만남이 최고가 아닐까 해요. 시 낭독까지 겸한다면 ‘좋은 인연 맺기’의 정점에 오르는 것... 오늘은 김광균 시인의 <설야>를 들려드리고요. 동시에 가수 이선희의 <인연>이라는 노래도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설야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쵠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

골목길 하수구 옆에서 피어있는 소국.. 세상에 이렇게 추운날에...

말랭이 우물가는 아직도 붉게 물들어있어서... 마음이라도 포근했어요.

https://youtu.be/xkKo2nD8RTE?si=aiLb4ALnzYwd2equ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