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69

2026.1.12 배종영 <마트료시카>

by 박모니카

어쩌다 보니, 2026 신춘문예응모를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하고 새해로 들어왔어요. 못났어도 얼굴 내밀고 저의 소리를 내곤 했는데요, 책방 오픈한다고 정신없이 작년 말을 보냈거든요. 1월-2월에는 작년에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분들의 작품이 발표되지요. 어제도 몇 분의 영광스러운 작품들을 읽어보았는데 그중, 강원일보 '시 당선자 배종영시인'의 <마트료시카>였어요.


올해 신춘문예는 사상 최다 인원이 응모했다고 하고요. 응모분야에서 시 부분이 1등이었데요. 최소응모자는 11살, 최고령응모자는 84살이었고요. 당선자의 상당수가 20-30대 여성이었다고 하네요. 올해 본격적으로 문학의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평론가들의 첨언들이 많이 달렸더군요. 신문문예 당선자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들이 먼저 펼쳐준 봄 길을 향해 달려가는 것도 즐거울 거예요.


제가 이끄는 군산인문학당에는 여러 동아리가 있는데요. 그중에서 저는 에세이 쓰기 활동 동아리 ‘글나기’에 들어갔어요. 사실 매일 아침 편지를 받는 분들은 저에 대한 편견이 있을 거예요. ‘매일 쓰는 데 뭐 특별히 어려울 일이 있나요?’ 라고요. 그런데 정말 부끄럽게도 쓰는 일은 쉽지 않아요. 특히 독자와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글''잘 쓰는 일'은 무진장 어려운 일이에요.


오늘 ‘글나기’의 첫 번째 만남과 합평이 있어요. 모임 전에 A4분량의 에세이 한편을 제출해야 되고요. 다행스럽게 지도 선생님께서 주제를 주셔서 기둥을 세울 수는 있답니다. 저도 숙제로 제출하기 위해서 어느 하루 오래 생각했는데요. 짧은 아침편지에 익숙해진 지 5년째라, 이미 제 손의 역량은 A4절반에 멈춰 서더라고요... 그래서 오래 사물을 바라보고 오래 생각을 모았답니다. 동아리활동을 통해서라도 좋은 글 더 많이 읽고 쓰는 연습 시간을 좀 더 늘려봐야겠어요.


좋은 에세이 쓰기의 견본이 될 책들이 많은데요. 그중 저는 소설가가 쓴 에세이, 시인이 쓴 에세이에 더 관심이 많아요. 사전적 의미로 에세이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작가의 인생이야기,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작가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고 쓰여있어요. 그러다 보니, 에세이 쓰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요. 그런데 에세이 쓰기야 말로 경계하고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참 많답니다. 게다가 아름다운 시어와 문장을 평범한 일상용어에 잘 섞어서 글을 써야 하는 어려움도 많고요. 저는 에세이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니 ‘매일 수다’ 수준의 아침편지만 쓰지요...^^ 하여튼 이번 기회에 저도 좋은 에세이 쓰는 사람으로 노력해 볼까 합니다.

오늘의 시는 배종영시인의 <마트료시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마트료시카 - 배종영


열 달 동안이나

엄마 속에 있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엄마를 모른다

그런데 엄마는

고작 열 달 동안 안고 있었음에도

나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

막연,

그렇게 막연은 배운 것 같다


세상이 천애 무인도 같을 때도

엄마가 목선 한 척 노 저어

내게로 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그 믿음은 늘 편도여서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지 내가 다가간 기억은 없다

없는 곳이 없는 엄마,

나는 늘 그 엄마의 가없는 믿음이었지만

한 번도 그 믿음, 되돌려준 적이 없었다

인형 속에 똑같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

몇 겹의 엄마를 벗기고 벗겨 나를,

막연한 나를 두었다

엄마 속엔 늘 엄마와 똑같은 엄마가 겹겹이 들어 있었지만

나는 늘 그렇게 홑겹이었다

엄마는 엄마 속에 엄마를 숨겨놓고

혹시나 그 엄마 닳아 없어질까,

내어 줄 엄마가 다 떨어질까 전전긍긍했다

나는 지금껏 도대체

몇 명의 그 엄마를 우려먹고 살아온 것일까


엄마를 떼어낸 내 몸의 흉터들

어느 날 문득 그 흉터가

저릿저릿 저려온다


지금은 아무리 엄마를 열어 보아도

엄마 속엔 거듭된 손길의

그 엄마가 없다

*마트료시카 나무로 만든 러시아의 전통적인

은인형이 몇 개씩 들어 있다.

아침 산책길의 맛은 어느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고양이 밥그릇을 보는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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