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70

2026.1.13 나희덕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by 박모니카

‘독서는 놀이다’라고 말하는 Z세대, 10대와 20대 청년들은 책을 보는 행위를 즐거운 게임을 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합니다. 최근 독서인구의 증가율을 보면 젊은 청년들의 독서량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릅니다. 젊은 세대들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걱정스러운 눈으로만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기쁜 소식일 수밖에 없지요.


이 세대들의 독서습관에는 단지 책만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책 옆에 차도 있고 술도 있고, 음식도 있고요. 여행과 함께 있는 경우도 많고요. 역시나 젊음은 멀티플레이어처럼 작동하여, 시간활용이 뛰어납니다. 동시에 독서를 혼자 하지도 않고요. 유대교육법인 하브루타처럼 시끄러움 속에서도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참 그 재주가 부럽기만 하죠.~~


어제 책방에서도 젊은 방문객이 있었는데요. 최근 베스트셀러인 스즈키유이 작가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을 사면서 제게 시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군요. 박노해시인의 신작 사진에세이 <산빛>을 추천하니, <걷는 독서>를 읽었다고, 책의 표지와 제목이 좋다고 했지요. 책방에 놓인 책과 소품 등을 사진에 담아서 인스타에 올려준다고 했습니다.


책방지기인 저는 동시에 일거양득을 생각했지요. 젊은 청년들의 취향에 관심을 두면 과거에 묶이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동행할 수 있겠다 하는 점과, 책방 홍보 역시 종이와 입소문뿐만 아니라 SNS라는 도구까지 활용할 수 있겠구나 했지요. 또 다행스러운 일은 이전 세대들이 읽었던 소설이나 수필들이 젊은 층들의 감각 속으로 들어와 다시 역주행하는 책들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작으로 양귀자 작가의 <모순>과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이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사랑’이라는 주제와 함께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청춘의 방황을 담아낸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부정형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을 대신 읽어주어서 인기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대부분의 젊은 방문객들은 책방에 와서 책 사기보다는 책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제가 권하는 필사도 하면서 자신만의 책방투어를 즐깁니다. 하지만 제가 책방 앞에 세워둔 배너광고 글처럼 '군산의 아름다운 여행길' 속에 봄날의 산책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무조건 반갑고 고맙지요. 최소 책방사진을 찍어서 어딘가에 포스팅해주는 친선대사니까요^^ 오늘도 산소 같은 젊음과 변치 않는 소나무 잣나무 같은 중후함이 골고루 책방을 찾는 날이길... 나희덕 시인의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 나희덕

- 편지 2-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온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 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요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 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1.13젊은독자.jpg

사진, 지인제공-제주도 머체왓 숲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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