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6 복효근 <버팀목에 대하여>
안개가 자욱하네요. 마치 꿈속에서 지나간 어느 한 장면을 볼 때 펼쳐지는 장치처럼, 저 안개 너머 저의 옛일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 속에 말랭이 책방 시절이 들어있군요. 어제는 모 잡지에서 지역공동체활동의 우수사례를 취재차 나오셨는데, 말랭이 어머님들과 현재 입주작가들의 이야기도 들었다고, 또 그분들의 말씀 중에 제 이야기도 나와서 책방을 방문한 기자님이 있었지요.
저야 말할 수 없이 재밌게 살다 내려온 터라, 마을 분들과의 사이에는 좋은 추억만 가득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드렸네요. 기자님의 말씀대로, 누가 운영하든 마을에 ‘책방’ 하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책방문화가 마을에 미치는 영향은 누가 봐도 긍정적인데...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답니다. 제가 시 관계자도 아니고, 또 입주한 작가의 마음도 다르니, 책방이 사라진 말랭이마을의 모습은 아쉬움이 크지요.
동시에 이곳에서 봄날의 산책이 만들고 싶은 지역문화의 모습의 일부도 말씀드렸죠. 그중, 이미 발촉 한 군산인문학당의 목표와 제2, 제3...으로 이어질 봄날 책방문화에 대한 꿈도 들려드리고요. 사실, 이런 꿈들이 다 이루어질지는 저를 포함하여 아무도 모르죠. 특히 오로지 하루살이처럼 ‘한순간의 불타는 존재’로 저를 만들어가기에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그래도 ‘꿈꾸면 이루어지리라’라는 말의 힘을 또한 믿기에 그저 열심히 살아가죠.^^
책방의 미팅룸을 가득 채워주신 여류작가님들의 모습을 보고, 글을 쓰는 기자들이라면 제가 일일이 얘기하지 않아도 느낄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사람의 온기처럼 따뜻한 것이 없고 오래가는 것이 없음을요. 저 역시도 누구든지 오셔서 북적북적 사람의 소리를 들려주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에너지가 자동충전되니, 분명 저는 책방지기를 잘할 사람이라 여겨집니다...
오늘은 책방도 불타는 금요일이 되도록, 특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까... 즐거운 고민도 좀 하고요. 주말 동안 에세이 동아리에서 추천한 책 조승리작가의 에세이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한번 읽어볼까 해요. 참고로 저도 이 동아리 덕분에 주 1회씩 규칙적인 에세이 쓰기에 도전하고 있어서 엄청 좋습니다. 하여튼 쓰는 행위는 읽는 행위와 다른 격상의 자기 발견입니다.
오늘은 복효근 시인의 <버팀목에 대하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버팀목에 대하여 – 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이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 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을 틔우고 꽃 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책방의 책들이 점점 늘어가요... 알리고 싶은 작가들이 많아져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