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89

2026.2.1 천양희 <누군가의 그 말>

by 박모니카

군산 아닌 부산에서 2월 첫날을 맞이합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 한 번에 여행비를 낼 수도 있지만, 일 년 동안 여행을 생각하며 적금을 붓는 재미. 그 소소한 재미를 동행한 벗들과 1년 적금을 만기 채워서 부산으로 왔어요. 책방 이전 후 거의 매일 매어있다 보니, 엄청 답답했던 것이 사실이지요. 게다가 눈은 오지 않아도 동장군이 매일 찾아오고, 움츠린 몸을 활짝 펴고 다닐 핑계가 없기도 하고요. 인문학당 만든 후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매일 머리만 굴리고요.^^ 이럴 때는 기존의 고인 물을 깨끗이 비워버리고 낯선 풍경, 낯선 소리 담아두기를 시도하는 것이 좋지요.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고요.


1박의 부산여행 첫 번째 코스는 감천마을. 말랭이마을의 몇 배나 큰 마을이지만, 몇 년 전 이곳에 와서 ‘일 년 후에 받는 편지’를 쓰고 정말 일 년 만에 받았던 그때를 기억했지요. 그곳에 어린왕자 조각상이 있는데요. 관광객들이 줄서서 기다리며 사진을 찍지요. 저희는 벗들과 마을배경으로 사진 찰칵. 마을 형성 배경 뒤에 숨은 이야기만 생각하면 그 사람들의 슬픔, 아픔이 저절로 느껴오죠. 그냥 말랭이 마을 놀러온 여행온 자가 즐기는 태도로 가볍게 돌아다녔답니다.

두 번째 코스는 보수동 중고책방. 말만 들었지 처음 갔는데요. 택시 운전사에 의하면 예전 규모가 다 사라졌다고, 그래도 볼만하다고 했지요. 책방의 수는 적었지만 오래된 출판물을 포함해서 수 많은 책들이 볏 짚단처럼 쌓인 모습에서 흘러 나오는 책의 향기는 오묘하기만 했지요. 윤동주시인 한용운 시인의 첫 시집으로 출판된 형태의 시집을 샀습니다. 또 어떤 그림책방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테라피'라는 주제로, 주인장이 손님의 얼굴을 보고 추천하는 그림책을 읽기도 하고요 국화차 마시며 벗들과 이색적이면서 고급진 힐링을 했어요.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깡통시장도 후루룩 구경하는 등

오랫만에 1만보 이상을 걸었더니 온 다리가 후들거려서 밤새 아마 코 골며 잤을테지요. 지금 벗들은 벌써 또 움직이려는지 부지런하게 움직이는데 저는 아침소식 전하는 편지쓰네요. 오늘도 어디를 갈까... 벗들의 선택지로 열심히 따라다녀 볼랍니다. 어찌 군산의 날씨는 풀어지고 있는지,,, 부산도 생각보다는 추워요. 제가 없더라도 책방문은 열려있으니 봄날에도 놀러가시고요. 이제 꼼지락거리며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오려는 봄의 싹을 닮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오늘은 부산여행을 추억하는 맘으로 부산 시인, 천양희 시인의 시 <누군가의 그 말>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누군가의 그 말 - 천양희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두근 두근 합해서 네근이랍니다

여러분을 만나러 오는

내 마음이 그랬습니다

누군가의 그 말이

내 심장을 쳤습니다

언젠가 여러분을 만날 때

나도 그 말 꼭 빌려 써야겠습니다


덜 소유하고 많이 존재하라던

당신 덕분에 세상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누군가의 그 말이

내 심장을 쳤습니다

언젠가 여러분을 만날 때

나도 그 말 꼭 빌려 써야겠습니다


미움과 갈등을

용서와 화해로 바꾸는 것은

미안합니다라는

단 한마디라고 합니다


누군가의 그 말이

내 심장을 쳤습니다

언젠가 여러분을 만날 때

나도 그 말 꼭 빌려 써야겠습니다

누군가의 그 말 때문에

나는 오늘 아름다움에

인사할 줄 압니다

나는 이 세상에 심장이

두근 두근 살아가도록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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