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90

2026.2.2 안준철 <아침 풍경>

by 박모니카

주말 동안 <낯선 곳으로 떠나라>라는 고은 시인의 시를 되뇌며 떠났던 부산여행, 벗들과 즐거웠습니다. 세상살이란 역시 뜻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눈을 뜨자마자 벗들은 ‘오늘은 어디 갈까?’ 라며 서로 상의를 하더니, 바닷가는 보고 가야지 하며 ‘태종대를 가자, 광안리를 가자. 그리고 터미널 가기 전에 무슨 식물원을 가자.’라고 계획을 세우더군요.


그러나 막상 택시를 타자마자, 부산에 와서 ‘해동용궁사’를 봐야 한다는 운전사의 말씀에 모두 한 맘이 되어 코스를 바꾸었지요. 역시나 가보길 정말 잘했다 싶을 정도로 바다에 접한 용궁사의 풍경은 참 아름답더군요. 한 가지 소원은 무조건 들어준다기에, 저는 자식 둔 에미로서 올해 자식들의 희망사항이 잘 이루어지길... 가장 크게 기도했답니다. 또 부산이 가야국의 본산이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 '복천박물관'의 탐방은 참 유익했어요. 전북 장수지역까지 이어진 가야제국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종 무덤, 토분, 철기 문화들을 만났습니다.


부산은 가는 곳마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들릴 정도로 그 나라 관광객이 많았어요.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장소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혼자 하든 여럿이 하든 여정 위에 새겨지는 자신의 본모습을 바로 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왕이면 맘에 맞는 벗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면 금상첨화고요. 보통 여자들의 여행 코스에 필수품인 ‘쇼핑‘이란 항목이 없는, 어찌 보면 너무 잔재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는 동행이지만, 이번에 같이 간 벗들은 쇼핑 아닌 다른 품목(역사, 문화, 독서 등)에 더 많은 관심과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 제가 참 많이 배우죠. 봄이 오니, 더 자주 여행길에 오르면 좋겠다 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네요.

귀가하자마자 복실이 밥도 주고 밀려두었던 글쓰기 숙제도 하고요, 오늘 2월 첫날 놓치지 말아야 할 학원 업무도 확인하고요. 금주 있을 시인특강 관련 광고판도 주문하고요. 금세 제 몸은 본능적으로 일상업무로 돌아왔답니다. 2월은 짧은 데다가 설 명절까지 있어서 더욱 짧게 느껴지겠지요. 하지만 2월 달력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 입춘‘이라는 두 글자입니다. ’ 우수‘ 까지 있으니, 정말 어느 사이 봄이 와 있을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과 악수해 보니, 금주 간 강추위를 예보한 기상 관의 말이 떠오릅니다.^^ 안준철 시인의 <아침 풍경>을 읽어보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아침 풍경 – 안준철

물, 맑다


일념으로 여기까지 흘러왔구나

맑아지는 것 말고는

다른 소망을 품을 수 없는 구도자처럼


굽이굽이 뒤척이며

잊히지 않기 위해

물보라를 일으키기도 하면서


가을 벚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올 때

팽그르르 땅에 떨어지던 나뭇잎처럼

행복하게 지워지기도 하면서


땅바닥에서 뭔가를 찾던 아이가

다리를 건너는 중절모의 노인이 되기까지

한 생이 아득히 흘러 왔구나


물길, 고요하다

해동용궁사

복천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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