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3 이정하 <함박눈>
지지난 간밤에 눈 예보를 들으면서 이정하 시인의 <함박눈>이라는 시를 들었어요. 그중 ’ 수제비 같은 함박눈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와서 품고 잤더니, 정말 눈이 와 있더군요. 보일러 아낀다고 온도를 낮춘 탓에, 저절로 몸은 움찔거리고, 눈은 흐릿하지만 그래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깥 마루 위 흰 눈은 사랑스럽더군요. 눈 한 송이를 담아낼 시 그릇을 만들 재주는 없어서 그냥 눈으로 보고 입으로만 중얼거렸네요. 매일 시를 읽어도 시를 쓸 재주는 어찌 만드는 것인지, 정말 타고난 것이구나 하는 자책감만 쌓이고요. 하지만 제가 잘하는 그 무엇이 있겠지요.^^
어제는 인문학당의 에세이 동아리 모임이 있었는데요. 말을 하든 글을 쓰든 모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리더의 소통과 활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이 동아리를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그 자리에 제격. 덕분에 저를 포함한 회원들 역시 글쓰기의 즐거움으로 두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지요. 어제도 각자가 써 온 글로서 얼마나 즐겁게 웃고 떠들었는지, 주름살은 늘었을지라도 엔도르핀, 도파민 등의 호르몬들이 온몸에 쫘악 퍼져 아마, 10년은 젊어진 듯해요. 일방통행식의 가르침과 배움이 아니라,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동아리의 모습에 흐뭇합니다.
정월 대보름이 멀었건만, 찰밥을 쪄서 연잎에 싸서 회원들 몫이라고 제각각 챙겨주신 주얼리님의 사랑도 고맙고요. 아침 일찍 책 읽으러 가고 싶은 곳으로 인문학당을 떠올려준 베짱이님의 마음도 고맙고요. 동생처럼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원이 님의 배려도 고맙고요. 하여튼 매주 긴장하는 월요일이었는데 에세이동아리 구들방의 따뜻한 온기 덕분에 하루종일 참 기분 좋았습니다.
오늘도 펜화동아리의 수다도 들을 것이고요. 금주 행사에 쓸 준비물도 챙겨야 하고요. 오랜만에 엄마랑 새벽 산책도 예정되어 있군요. 엄마한테는 어제 들었던 시, ‘함박눈 같은 수제비’를 들려드릴까 생각하지요. 그러면 분명 엄마는 다르게 시 한 수를 지어내겠죠. 아마도 엄마의 엄마를 떠올리면서 수제비얘기를 말할지도 모르겠어요. 어렴풋이 기억나는 외갓집의 요리사들... ‘어디서나 잘 계시겠지요’라고 묻고 싶네요. 이정하시인의 <함박눈>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함박눈 - 이정하
수제비를 먹으며 왈칵 눈물이 난 것은
뜨거운 김 때문이 아니다
매운 고추가 들어가서도 아니다
어느 해 겨울, 빨갛게 언 손으로 내오시던
한 그릇 어머니 가난한 살림이 떠올라서였다
나는 괜찮다 어여 먹어라
내 새끼 배는 안 골려야지
문득 고개 들어보니
분식집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날 어머니가 떠먹여 주던 수제비 같은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사진제공> 안준철 시인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