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5 김사인 <공부>
봄날의 산책에 들어오시는 손님은 그 누구도 귀하지 않은 분이 없습니다. 어른, 어린이, 남자, 여자, 노인, 청년, 아픈 사람, 건강한 사람, 가진 자, 덜 가진 사람, 잘 생긴 자, 덜 잘 생긴 사람, 똑똑한 자, 조금 덜 똑똑한 사람,...이라고 구분 짓는 사회의 잣대를 거부하고 싶은 봄날의 책방지기는 오늘 모시는 손님에게도 특별한 미사여구를 쓰지 않습니다. 단 저도 어느 평론가의 말을 따라서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 진짜 시인 김사인 시인‘이라고요.
군산인문학당에서는 오늘부터 4주간, 매주 목요일마다 특강을 엽니다. 김사인 시인께서 근대시인 4인을 모시고 와서 ’ 우리 시 깊이 읽기‘ 이야기 마당을 펼쳐주십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흰달, 김소월 시인‘의 시 세계를 듣게 됩니다. 어젯밤까지 이런저런 준비하느라고 쬐끔 고생했는데요. 그래도 이번 기회에 강연에 필요한 몇 가지를 갖추니, 청중들에게 가졌던 미안함이 살짝 내려갔습니다.
이 행사는 참가자들에게 특강교육비를 요청했지요. 배움에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이 부분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시를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께서 제 맘을 아시고 협조해 주신 결과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 특강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에서 전주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네요. 오시는 분들이 덜 불편하도록 최선을 다하며 작으나마 간식도 준비합니다.
제가 김사인 시인의 시 중, 가장 먼저 알았던 시는 <공부>라는 시입니다. 오늘 특강에서 말하는 ’ 공부‘와 시 구절의 ’ 공부‘에는 의미상 약간의 다름이 있을 수 있으나, 제게는 그냥 ’ 공부‘라는 말이 좋을 뿐입니다. 아마도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서일까요.^^ 옛 시절로 돌아갈 수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무엇이든 열심히 공부하려는 마음에서 이런 행사도 열었다 생각합니다. 겁 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꿈꾸는 것도 공부이긴 합니다. 시인의 <공부>를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공부 –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끓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