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94

2026.2.6 김소월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by 박모니카

겨울 푸른 하늘에도 한여름 뭉게구름이 있었으면 하고 기다릴 때가 있지요. 저는 다시 태어나면 구름같이 바람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니까요. 그런데 어제 ’ 소월 시인에 대한 이야기마당‘을 걷고 나니 마치 구름 위에서 사뿐사뿐, 껑충껑충 뛰는 어린아이가 되어 오후 내내 행복했어요. ’ 인생의 마지막 집터를 이렇게 꾸민 게 정말 잘한 일이야‘라고 스스로 자화자찬도 했고요. 늦은 오후, 쌀쌀하게 불어대는 바람조차도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요.


어제 군산인문학당 특별기획강연 ’ 김사인 시인과 함께 하는 우리 시 깊이 읽기‘의 첫 번째 이야기 대상은 시혼, 김소월 시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시인 중에서 김소월 시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소월의 시는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요. 심지어 외국인이 치르는 한국인 귀화 필기시험과 한국어 자격시험에 <진달래꽃>의 지은이가 누구냐는 문제가 나올 정도입니다. 김소월을 모르면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일 수도 있지요.


김소월 시인에게 붙여지는 수식어는 참 많습니다. 민족시인, 한국 서정시의 원류, 노래가사로 가장 많이 불려지는 시인, 교과서에 맨 처음 등재된 시인, 전 국민 애송 서정시 1위 <진달래꽃> 시인 등... <진달래꽃> <개여울> <엄마야 누나야> <못잊어> <초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산유화> 등 이런 제목을 가진 노래를 다 들어 보셨을 거예요.


그러나 어제의 특강에서는 소월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답니다. 그중 인상적인 내용은 그의 시 <물마름>에서 나오는 고향 평북 정주성과 연결되는 홍경래의 난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소월의 시를 두고 단순히 ’ 연모‘의 대상을 개인화하여 서정시의 원류시인이라고 일컫는 것에 대하여 또 다른 방향의 시선이 다가선 것이지요. 또 기억나는 시는 연시 <해가 산마루에 머물러도>에서 당시 남성지배사회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아니 있지도 않았던 ’ 신식 말‘로 ’ 애인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그리 당당하게 쓸 수 있었는지에 대한 말씀도 신선했습니다.


특히 제게 가장 와닿았던 말씀은 이렇습니다.


- 시란 불투명한 착잡성으로 명료화된다. 논술문처럼 명료하지 않다. 어설픈 설명은 붙이면 시가 아니다. ‘모호하고 애매하고 깊이 있고 복잡하여, 바로 알아듣지 못해도 감득하는 것이 시다. -


사실, 이 말씀도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있을 뿐이지요.^^

아마도 더 공부하고 또 공부하라는 계시가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지요.

중요한 것은 김사인 시인의 말씀은 운율과 리듬이 되어 흘러나오는 마법 같아서 시간이 어찌 갔는지, 왜 빠르게 지나가는지 아쉬웠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음 주가 또 있군요. 두 번째 만날 시인은 ’ 정지용‘시인이니, 일주일 동안 그의 시가 제 몸으로 스며드는 파스처럼 잘 읽어보겠습니다.

또 하나 감사할 일은 완주인문학당 대표이신 이종민교수께서 직접 오시어 귀한 선물을 주셨는데요. 인문학당의 학인들과 이 편지의 구독자들께서 공부할 때 가장 좋은 글귀입니다.


- 진학두독서 (進學杜讀書): 학문에 나아가려면 오로지 책 읽기에 전념하라

조존유일심 (操存唯一心): (배운 것을) 붙잡아 간직함에는 오직 한결같은 마음뿐이라 -

오늘은 김소월 시인의 시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 김소월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 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런 마음 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 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진학두독서 조존유일심
전주문인들께서 함께^^
책방공간이 너무 작아서 죄송스러울정도로 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