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95

2026.2.7 김소월 <님의 노래>

by 박모니카

4년이나 살았던 말랭이 마을 레지던스. 바로 옆 골목, 5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데요. 책방 이전 후 그곳에 가본 적이 없군요. 그만큼 바쁘기도 했겠지만,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참말인가 봐요. 아직도 가져와야 할 물품도 남아있고, 양조장과 공방에는 여전히 말랭이 어머님들이 계실 텐데, 참 멀리도 지나와버린 옛일 같아요. 얼마 전 ’ 문화저널‘이라는 잡지의 기자님이 오셔서 말랭이 마을을 취재하면서 저도 잠시 인터뷰했지요.


잡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 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만든다!‘인데요. 마을 공동체의 자립이 가져오는 문화와 구성원들의 발전을 담고 싶다고 했어요. 비록 저의 몸은 떠났지만, 가장 많이 말랭이마을의 현재를 알고 있기에 인터뷰에 응했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오로지 ’ 말랭이는 시인이 살고 있는 마을‘임을 강조했어요. 동네글방의 문해교육을 통해서 어머님들의 글을 알고 시를 알고, 시를 쓰고 책까지 발간했으니, 시인이 사는 마을이 분명하지요. 갑자기 그분들도 저를 기억할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든 저는 제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말랭이 입주작가로서의 역할을 했으니, 아쉬움도 미련도 없군요. 떠나올 때는 올해도 어머님들이 희망하는 글공부를 지속할까도 고민했는데, 군산인문학당 설립과 다양한 행사주관에 마음과 달리 역량과 시간이 부족해졌답니다. 다행히 말랭이마을에 다른 작가가 있으니, 또 다른 형태의 공부하는 어머님들을 만나게 되겠지요. 생각난 김에 오늘은 남은 물건도 가져올 겸, 어머님들께 인사도 할 겸해서 말랭이에 한번 가볼게요.


주말은 날씨가 꽤나 춥다고 예보하는군요. 추우면 책방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지만, 어디 매일 화창할까요. 추워서 사람이 없으면 없는 대로 저 자신만을 위한 또 다른 시간이 찾아오니 결국 조금만 멀리 보면 인생에는 ’ 손해‘라는 단어가 사라져야 할 것 같아요. 꼭 보아야 하는 책도 있고, 써야 할 글도 있고요. 어제는 후배 덕분에 아침운동 1만보를 넘겼는데, 오늘도 또 온다고 하네요. 오랜만의 운동이라 아직도 다리는 후들거리지만, 그래도 차가운 공기에 맑아지는 두뇌의 상쾌함을 느끼고 싶지요. 춥다고 너무 실내에만 있지 마시고요. 하루라는 시간에 자신만의 멋진 도장 하나 찍어보세요. 오늘도 김소월 시인의 시 <님의 노래>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님의 노래 –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 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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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당 제 책꽂이를 그려준 정글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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