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9 지연 <함박눈 혹은 흰 개에 관한 기록>
얼마 전 벗이 전하길, 가수 유열의 복귀 무대를 보았다고 했지요. 하루 종일 자판기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서 영상을 보았지요. 그동안 폐섬유증이라는 병으로 생사에 오고 가고요. 첼로와 피아노의 선율에 따라 가수 유열 님이 ’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관중 따라 저도 가슴이 짠해졌어요. 제 시대의 가수라서 더 뭉클했네요. 제 나이쯤 되니, 자꾸 누군가가 사라져요. 사라짐은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잖아요.
-사랑하는 그대 더 이상의 말도 더 이상의 눈길도 원하지 않아 내겐 필요치 않아 바로 지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에게 남아주오.-
요즘 우리 복실이가 밥도 잘 안 먹고 축 처져있는 시간이 많아서 꽤나 신경 쓰이고, 혹시나 해서 제 잠자리 끝에 복실이 집도 옮겨두었지요. 혼자 있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그런 중 지난주에 오셨던 지연 시인의 시집이 눈에 띄어서 넘기고 있는데, 개에 대한 시가 있더군요. 마침 함박눈도 왔겠다 우리 복실이도 흰색이겠다 싶어서 시 읽기가 더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주말까지 책방에서 온전히 보내고 나니, 월요일인 오늘이 새삼 반갑습니다. 저는 우리 인문학당의 학인들께서 즐거우시라고, 나름 별스러운 이벤트도 거는데 아마도 모두 바쁜 주말이셨는지, 저의 기대를 비껴가고요. 다시 또 다른 이벤트를 걸었으니, 오늘도 기다려봐야지요.^^
어제는 새만금생태조사단의 정례탐사 날. 회원님들이 오셔서 회의하는데, 직박구리 박제를 주시더군요. 새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는데, 어찌나 부드럽던지, 손가락이 깜짝 놀랐습니다. 삶과 삶 아닌 것과의 경계를 마주한 느낌이랄까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경계인인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잠시 새와 저를 바라보았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우리는 경계에서 살아가요. 이왕이면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서 있는 경계선이길 바랍니다.
아! 한 가지 공지할까요. 오늘부터 군산시 평생학습관 온택트 프로그램신청이 시작되네요. 제가 맡은 부분은 ’ 현대 시 강독과 글쓰기‘인데요. 관심 있는 분은 신청해 보세요. 작년에는 3회기에 걸쳐서 근대시인의 시를 만났었고요. 연말에 동인지도 만들어 드렸습니다. 올해도 봄날의 산책 이름으로 동인지 발간까지 마무리해 드릴 예정입니다. 선착순 10명. 65세 이상은 무료, 그 이하는 1만 원이라네요.(5인 이상이면 강좌개설.)
오늘의 시는 지연 시인의 <함박눈 혹은 흰 개에 관한 기록>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함박눈 혹은 흰 개에 관한 기록 – 지연
흰 개가 어렸을 때는 날개 달린 것들을 두려워했어 마른 잎이 흔들려도 소스라쳤지
두해가 지나자 주변을 살피는 눈빛이 초원을 읽은 사자 같았어
이제 흰 개는 새를 두려워하지 않아 흠모하지도 않아 쫓는 건 마지막 수단, 최대한 웅크리고 공중에서 뽑힌 깃털 냄새를 맡지
새도 땅에서 저런 다리를 푼다는 걸 이는 눈치야
이번 폭설로 자작나무 두그루가 기울어졌어 공정 지지대에 서로의 몸을 나누고 있어 하늘이 잠시 녹음
새가 먹이를 찾아 날아오네 바닥에 앉았다가 횐 개 주변을 서성이네 흰 개가 걷다 뛰다 바라보네 새도 뛰다 앉다 바라보네 겹친다
하늘이 겹겹이 내려와 눕는 바닥
목줄을 놓아도 목줄을 달고 뛴 길이만큼 눈도 뛰었겠지
자신이 녹은 평수만큼 땅이 움직였겠지
수라갯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