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98

2026.2.10 유치환 <행복>

by 박모니카

“설날에 홍어 무치고 아구찜해서 먹자. 평생 먹던 거라 그런지 그런 것이 먹고 싶다. 너 시간 있냐.” “엄마 나는 더 먹고 싶지. 엄마가 해주는 것이 최고죠.”

신새벽부터 친정엄마는 전화를 주십니다. 당연히 가야 하고 말고요.

나이 들수록 옛날 그림이 자꾸 떠올라요. 특히 엄마의 잔소리가 자꾸 들려요. 부침개 얌전하게 하라고 잔소리, 조상제사상 앞에 놓고 살살 걸어 다니라고 잔소리, 상 올리기 전에 먹고 싶어서 손 한번 내밀었다고 잔소리... 그때는 참 야속했어요. 그런데 그런 풍경이 그립기만 합니다. 이제는 엄마가 그런 잔소리도 안 하시니까요.^^

현 정부에서 쿠팡 24시간 규제안으로 지역 대형마트를 완전 오픈했다고 하지요. 월 2회 쉬면서 그나마 전통시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있었으련만. 하긴 이런 말씀 드리는 저도 대형마트도 가고, 더 싼 물건 파는 곳 가서 구매하면서 전통시장 운운하기가 염치없고 민망합니다. 그러나 명절 때만 되면 유독 전통시장이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엄마와 제 어린시절이 배어있기 때문일 거예요.


군산 새벽시장은 물건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해도 정말 즐겁지요. 특히 채소를 가지런히 다듬은 할머니들의 손 매무새, 생선을 들어올리는 아저씨들의 퀘퀘 텁텁한 목소리, 평소에 못보는 별스런 물건들이 흥을 돋우고 귀를 쫑긋 세워주고요. 주머니에 몇 푼 있는 꼴을 못보고, 쭈그리고 앉아 있는 상인들의 물건을 거두다가, ’아이고 다 사드려야 하는데...‘라고 말하면서 엄마한테 눈치 한방먹고요. 그래도 친정엄마는 절대 물건값을 깎지 않아요. 당신 옛날 생각나신다고.


어제부터 설 연휴 얘기가 많이 올라오네요. 저도 이래저래 인사할 분도 계시고요. 물질도 다 하지 못함이 연신 죄송하기만 해서, 하늘에서 돈 보따리 떨어지면 다 나눠 쓸게요 하며 기도도하지요. ^^ 물건 대신 글로나마 미리 감치 아부해야겠어요. 하여튼 오늘부터 설 준비 ’요이 땡!!‘입니다.

유치환시인의 <행복>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 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 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눈 덮인 회현들판... 땅속에 누가 살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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