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99

2026.2.11 문영 <신년>

by 박모니카

“한강 작가는요, 2024년에 노벨문학상을 탔고요. 작품으로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도 있어요. 그리고 시인이래요. 이제 한 작품이라도 읽어 볼게요.”


중1 학생들의 영어독해시간에 나온 노벨문학상 이야기. 가수 밥 딜런이 왜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저는 당연히 ’ 한강 작가‘의 수상 얘기를 물었죠. 그런데 작가의 이름뿐만이 아니라 노벨상이 무엇인지, 우리나라 사람이 박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거예요. 제가 누군가요. 지극히 우리 것을 사랑하는 글 쓰는 사람이자, 시를 홍보하는 문화운동가!!


“오늘 영어 문장 하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늘의 숙제는 우리나라 한강작가에 대하여 검색하고 정보를 읽어보고, 특별히 어떤 책이 궁금한지 오늘 밤 12시까지 인증 샷으로 내기다. 이 독해 부분은 내일 하고 오늘은 다른 부분을 공부해 보자.”


이틀 전 학생들과 나눈 얘기예요. 기특한 학생들은 바로 그 밤에 인증 샷을 보내더군요. 그리고 어제 각자가 검색한 정보를 말로 표현하기 시간을 준거랍니다. 그리고 그들의 소회를 들어보니, 정말 놀랐다고도 하고, 12.3 내란과 연결하여 설명한 학생도 있었지요. 어떤 학생은 <소년이 온다>를 읽어보고 싶다고도 하데요.

’ 어쩜 이렇게도 이쁘다니...‘라고 칭찬해 줬어요.


선생이란 누구인가요. 쌓은 지식을 제 것으로만 가지고 있으려면 뭐 하러 ’ 공부’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저는 주장하지요. 가방끈이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 제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대를 마련해야 되지요. 저는 부족한 대로, 책방을 열어서 저보다 나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보고, 누군가가 그 어깨까지 올라오는 길을 알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그 모든 일들이 오로지 ‘즐겁게 즐겁게’ 말입니다.


어제, 김사인 시인 특강을 문의하는 타 지역 분들의 전화를 제법 받았습니다. 그분들 모두 시인을 존경하는 마음이 가득했지요. 군산인문학당과 봄날의 산책이 제 뜻보다 더 아름답게 알려지는 것 같아서 참 기분 좋았답니다. 인문의 길을 함께 가는 동지들이 많이 있어서 더 기뻤습니다. 내일이 또 목요일이니, 오늘 밤 행사준비에 다소 부산하겠지요. 하지만 지난주 기초를 깔았으니, 힘들었던 맘 하나를 내려놓고, 오로지 ‘함께 공부’할 분들을 기다릴 뿐입니다. 어제 점심 경에 함박눈이 예쁘게도 내렸는데요. 그래서인지 오늘은 이 시가 다시 다가오네요. 군산의 문영 시인의 <신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신년 – 문영


아침부터 함박눈이 목화꽃처럼 내리고

눈 그친 오후

황금빛으로 물든 격자무늬 창문

눈부셔서 바로 볼 수가 없다

아마도 비행선이 막 착륙하는 순간일 것이다

문을 열 수가 없다

혹여 문을 여는 순간

비행선으로부터 나오는 불빛으로 눈이 멀지도 모른다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

회전하는 듯한 오색무지개 불빛이 깜박거리는 거로 봐서는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륙하는 듯하다

풍경소리 같기도, 개울물 소리 같기도 한

기계음이 나고 창밖이 고요해졌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감나무 옆 채전에

동그란 원반 모양의 눈자국이 찍혀 있다

백목련이 엄마의 저고리처럼 피어있고

노란 개나리가 손 까부는 별처럼

환호성을 지른다

다시 희망처럼 매달린 감나무 까치밥 위로

함박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누렁이는 눈밭에서 뒹구느라 정신없고

하오 세시행 장항선 기적소리가

들판을 가로지른다

2.11 옥구향교1.jpg
2.11옥구향교2.jpg

사진제공, 박세원작가 (군산 옥구향교 설경)

2.11 모니카펜화.jpg

그림제공, 이정숙작가 (통통한 모니카와 귀염둥이 복실이, 봐 줄만하지요^^)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