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12 정지용 <춘설>
군산인문학당 특별강연 ‘김사인과 함께 하는 우리 시 깊이 읽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노랫말을 기억하시죠. 바로 정지용시인의 시 <향수>의 일부입니다. 책방에 오늘의 행사를 위해 다시 또 의자를 정리하고, TV 모니터를 세우는데, 갑자기 남편과 딸이 노래방 버전의 <향수>를 틀어 주더군요. 노래를 못해서 이 시인의 아까운 시 구절을 다 망쳐버리는 일이 터졌지만, 그래도 오늘을 준비하는 저의 정성... 기특하지요.
김사인 시인께서 김소월 시인의 이야기를 최소 4시간은 하셔야 한다고 하셨는데, 지난주 제가 점심 드시자고 멈추게 한 입장이지요. 오늘은 시인님 마음대로 시간을 쓰시라고 할 예정이니, 참가자께서는 혹시 배가 고프시다면 조용히 퇴장하셔도 괜찮답니다. ^^ 오늘이 있기 전에, 광주, 익산, 충북, 서울 등에서 이름 모를 분들이 시인의 강연 소식이 궁금하다고 전화 주셨어요. 어떻게 4회씩이나 시인의 강연을 섭외하셨냐고 묻길래, ‘아마도 제가 복을 많이 지었나 봐요.’라고 했답니다. 엄청 인기를 몰고 다니시는 시인이신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강연 내용 잘 들어두었다가 요약정리하고 영상 만들어서 공유할게요. 참고로 지난주 소월시인에 대한 강연내용은 오마이뉴스에 간단하게 담았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어제는 자원봉사단체에서 부침개를 하러 오라고 했는데요. 책방에서 할 일도 많고, 또 친정에 가서 도와야 할 일도 많아서 거절했어요. 설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첫 마음’을 다시금 생각나게 해 주니까요.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부터 어른들께 드리고 싶은 선물 꾸러미까지,,, 매년 말씀드리지만 우리의 명절이 없었다면 요즘 같이 단출한 세상에 얼마나 삭막할지, 오늘 행사를 두고서도 제가 기쁜 이유는 설날 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서로 인사 나눌 수 있고 서로 떡이라도 나눠 드실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행복하지요.
오늘 들려드릴 시는 <향수>가 아닌 <춘설>이라는 시예요. 강연에는 못 오시지만, 이번 기회에 정지용 시인의 시 세계를 검색하셔서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어름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긔롭어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 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