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20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모란이 피기까지는>
한국 근대시의 백미(白眉)로 꼽히는 김영랑(金永郞, 1903~1950년) 시인. 군산인문학당 특별강연 <김사인과 함께 우리 시 깊이 읽기> 세 번째 시간은 김영랑 시인 편이었습니다. 새해 들어 인문의 사유를 시에서 찾아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 강좌, 근대시인 ’ 김소월, 정지용, 김영랑, 이육사를 만나다 ‘를 주제로 시작했지요. 소월과 지용의 시간에서처럼, 영랑의 시간도 어느새 3시간이 지나갔는지, 저는 너무 아깝고 귀했습니다.
영랑의 첫 번째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1930.3>에서부터 마지막 시 <어느 날 어느 때고, 1950.3>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영랑의 주요 시를 따라가면서 공부하는 시간. 청강하는 모든 분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는지, 김사인 시인의 말씀대로, 적막의 품위로 가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영랑시인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들을 들으며, 어떤 시에서는 고요와 사랑이, 어떤 시에서는 울분이, 또 어떤 시에서는 환희가, 또또 어떤 시에서는 절망과 체념 등... 시인의 삶의 색채만큼이나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오고 갔습니다. 너무 안타깝게 죽음을 맞은 시인의 삶이 ’ 운명이었나 ‘ 싶어서 더욱더 마음 슬펐습니다.
제가 최근 구입한 책 중에,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 있는데요. 김영랑 시인의 시를 영어로 번역한 시집입니다. 영랑의 시 전편 86편이 15년 만에 완역본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하네요. 번역가는 외국인 안선재(Brother Anthony of Taizé) 수사군요. 특히 김영랑 시의 음악성을 온전히 살려내려 애썼다고 합니다. 영랑은 생전에 86편의 시를 지었고, 5편의 영시를 번역했으며, 10편 넘는 산문을 발표했다고 하고요. 생전에 《영랑시집》과 《영랑시선》 두 권의 시집을 펴냈는데요. 100년 전 영문학을 공부하고 예이츠와 키츠를 사랑했던 젊은 시인, 영랑!!
김영랑 시인의 첫 시집 《영랑시집》 초판본을 펼치면 처음 마주하게 되는 구절, "A thing of beauty is a joy for ever(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 김영랑과 박용철이 존 키츠의 ‘엔디미온’에서 따온 에피그라프라고 합니다. 제가 지식은 짧지만 어제 김사인 시인의 강연을 따라가며 들은 내용들이 있어서인지, 다시 펼쳐본 영어판이 왠지 익숙하고 다정한 문자로 보이네요.^^ 여러분께서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오늘은 영랑의 두 편의 시를 들려 드려요.(영문번역본 포함) 봄날의 산책 모니카.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Until Peonies Bloom – Kim Yeong Nang
Until peonies bloom
I just go on waiting for my spring to come.
On the days when peonies drop, drop their petals,
I finally languish in sorrow at the loss of spring.
One day in May, one sultry day
when the fallen petals have all withered away
and there is no trace of peonies in all the world,
my soaring fulfillment crumbles into irrepressible sorrow.
Once the peonies have finished blooming, my year is done;
for three hundred and sixty gloomy days I sadly lament.
Until peonies bloom
I just go on waiting for a spring of glorious sorrow.
650년이 넘는 하제 팽나무를 보며 새해 소망을 빌다
하제팽나무를 답사하고 한 컷 찍은 김사인특강반
300년이 넘는 잘생긴 소나무 앞에서 안준철 시인과 군산벗님들
팽나무 앞에서 시를 낭독하시는 전재복 시인
김영랑시인의 시를 영어번역한 시집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