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22 이육사 <꽃>
겨울에 이사 와서 불도 안 드는, 아니 더 정확히는 난방비 아끼려고 애쓰는 이층 방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1층 책방을 따뜻하게 유지하려면 비용이 꽤 드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2층의 온도도 그런대로 있을 만한 걸 보면 분명 바깥 기온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생각해 보면 결혼 초부터 겨울에도 항상 방 안의 온도를 약간 서늘하게 해서 제 아이들이 감기나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지냈던 것 같아요. 몸도 제 기능이 잘 발휘되는 적절한 긴장의 온도를 알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어쨌든 책방 다락방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어제는 군산책방연합행사 ‘군산책방 북마켓’이 열렸었는데요. 군산책방은 15개, 타 지역책방 20여 곳이 모여서 치른 행사였어요. 가을에 열릴 군산 북페어의 5분의 1 정도의 규모였지만, 아담하고 포근하니, 동네책방들의 섬세함을 보여준 행사였습니다. 저의 책방도 토요일에 문을 열어도 책이 많이 팔려야 10여 권 정도인데, 그곳에서는 훨씬, 몇 배 되는 판매가 있었군요. 저는 온전히 ‘시집’만 가지고 나갔고요. 특가로 나왔던 근대 시집판 3000원 시집들이 많이 나갔습니다. 우리 책방 매니저 하루 일당 비는 나왔으니, 완전 만족이지요. ‘봄날의 산책‘이라는 책방 이름만 알려도 어딘가 할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 다른 분들과의 인사 나누며 인연 쌓는 일이 제게는 더 큰 이익으로 남았습니다. 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2년, 세 평짜리 책방을 시작할 때 ’ 이곳에 오면 시집이 많아요 ‘라는 맘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한쪽 벽에 한 시집 100여 권 채우다 보니, 다른 장르도 넣고 싶고, 또 방문객들의 취향도 다양해서, 그냥저냥 장르 상관없이 제가 읽고 싶은 책들 중심으로 책방을 운영했지요. 사실 더 큰 평수로 이사 오면서 다짐한 것 중 하나!! 한쪽 면을 완전히 ’ 시집으로만 전시하기‘였는데, 막상 책들을 놓다 보니 그게 잘 안되었어요. 그래서 수험서 없는 순수 단행본 종합책방이 되었군요. 그런데 저는 늘 뭔가가 허전합니다. 우스개 말로 '봄날 2호점을 열어야 하나?' 라는 과한 욕심이 항상 꿈틀거리죠. 그러다가 얼마 전 고창의 서점마을을 보고서 마음이 약간 달라졌어요. 가까운 지인들이 책방을 열도록 꼬셔야겠다... 생각의 전환 중입니다. 그러면 저는 ’ 시집전문책방‘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언젠가는 되겠지 싶지요. ^^
오늘은 평화로운 일요일. 맘속의 소원을 기도하면서 다시 한번 큰 꿈을 그려볼까 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아주 작은 꿈일지라도 꼭 그려보시고, 상상해 보시는 하루 만들어 보세요. 그런 마음만으로도 행복해지고 춥던 마음에도 봄이 살고 있었음을 바로 느낄 수 있답니다. 오늘은 이육사시인의 <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 –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北)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