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23 이해인 <매화 앞에서>
기독교인들에게는 ’ 재의 수요일(2.18, 수)‘이라는 날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독교 축일인 부활절 전 40일 동안 지속되는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죠. 부활절과 크리스마스는 많이 알고 있어도 ’ 재의 수요일‘을 알지 못하는 분이 많지요. 저는 지난 수요일 성당에 가지 못해서, 어제 그 의식에 참여했는데요. 지난해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운 재를 신부님께서 이마에 십자가를 얹으며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라는 말씀을 해주십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말의 참뜻을 헤아리려고 마음을 모으며 경건해집니다.
해마다 이 사순절이 되면 ’ 다짐하지만 지키지 못하는 관습 중 하나‘가 금요일 고기 금식이나 음식의 자제인데요. 이번에는 제발 맘 꼭 붙들고 지켜보려고 계획표를 세워 보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저금통장 하나를 만들었죠. 저는 어떤 큰일을 대비하여 갖가지 통장을 만들어 미리 예비자금을 마련하는데요. 예를 들면 가족 조카의 결혼식이 있다면 미리 몇 달 전부터 소소한 금액을 설정하여 저금을 하지요. 이번에는 40일 동안 ’ 사순절을 위한 과욕절제 저금통‘을 만들어서, 그 돈은 유익하게 쓰려고 합니다. 매일 ’띵동‘하는 카톡소리와 함께 저금통에 담기는 저만의 사순절 기억실천법... 아시다시피 부활절이 있는 4월에는 우리가 기억하고 동참해야 할 많은 사건들이 있으니 매일 깜박 잊는 제게는 더없이 기특한 방법이지요?^^
오늘은 길었던 설 명절 후 오랫만에 학원 업무가 시작되는 날. 어젯밤 학생들에게 혹시나 학원 오는 것도 잊었을까 하여, 단톡으로 인사말을 주었더니, 모두 화답하더군요. 2월의 마지막 주간, 신학기 3월을 준비해야 하는 업무도 많아지고요. 군산인문학당의 큰 행사도 두건이나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 좋은 사람책시리즈‘라고 명명한 프로그램의 첫 번째 강연자, 신혜정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어요. 군산에서 1년 살이 하면서 새만금 생태조사단으로서 활동했고요. 말씀도 참 맛있게 하고요. 이제 군산을 떠난다 해서 급히 모셨어요.
아름다운 청년 혜정 님이 자전거 하나로 한국에서 튀르기예 이스탄불까지 ’ 제로웨이스트운동‘을 실천했어요. 정말 엄청난 실천운동가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지 환경보호에만 그치지 않고 ’ 어떻게 하면 재밌게 살 수 있을까’의 비법 같아요. 이번 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 봄날의 산책으로 오세요. 선물도 준비하고요. 무엇보다 그녀의 젊은 에너지 10분의 1이라도 받는다면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 다음 포스터 보시고, 댓글 주세요. 누구나 참석 가능, 참석비 무료입니다. 오늘의 시는 이해인 시인의 <매화 앞에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홍매화
청매화
장미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