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13

2026.2.25 안상학 <겨울 물은 그렇게 흘러가는 중>

by 박모니카

‘집순이지만 한 번씩은 집을 떠나보고 싶어 한다. 눕는 게 취미지만 십 년에 한 번쯤은 몸 고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사람이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사회를 꿈꾼다.’라고 말하는 청년의 유라시아 자전거여행.

그것도 목표가 뚜렷했지요. 일회영 플라스틱이 없는 여행을 하면서 유라시아 곳곳에 있는 쓰레기장과 재활용장을 찾아가는 여행.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행을 한 청년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오늘 군산인문학당에서는 그 청년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저는 그 청년을 ‘아름다운 청년 혜정 님’이라고 부르지요.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셨을까요. 전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은 이제 없는 듯합니다. 종이컵대신 쓰자고 운동하는 텀블러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고요. 플라스틱이 생태계와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고,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 건강에까지 위협하지요. 어떻게 하면 우리 세상에 이 화합물의 사용을 안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이제는 덜 쓰는 방법밖에는 없지요. 저도 기껏해야 일회용품 플라스틱 줄이기, 합성섬유 의류나 기타 일회용 대체물 사용 감소하기 등의 생활 실천 등만 생각나는데요.


오늘 신혜정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어떤 실천 가능한 방법들이 있는지, 또 실천을 목표로 행동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맘에서 강연을 준비합니다. 저희 인문학당에서 펼쳐드릴 공부 중에 하나가 ‘환경과 자연, 그리고 생태’라는 범주가 있는데요. 이번 강연이 첫출발을 잘 이끌어 줄 것 같아요. 오늘도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지고 참석을 신청하셔서 참 좋습니다. 혼자 실천하기 어려울 때 동행하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힘이 되지요. 오늘 강연 후 신 작가와의 연대를 통해서 지속 가능한 모임을 하나 만들어 볼까 합니다.


어제 뜻하지 않았던 눈이 하루 종일 왔지요. 조금 오다 말겠지 싶었는데, 아직도 책방 마루에는 눈이 가득하네요. 책방 오픈 후 약 2개월 홍보했던 플랑의 문구도 바꾸고요. 무엇보다 노랑바탕으로 봄이 오는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조만간 책방의 이미지를 봄노랑으로 바꿔주는 어떤 짓(?)을 해볼까 고민 중인데, 요즘 일이 많아서인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요. 이럴 때 머리를 맞대어주시면 참 좋으련만... ^^

오늘은 안상학 시인의 <겨울 물은 그렇게 흘러가는 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겨울 물은 그렇게 흘러가는 중 – 안상학


겨우내 물은 죽으면서 천천히 흘러가는 중

가으내 땅속 깊이 스스로를 저장하지 못한

잉여의 물들이 제대로 죽어가는 시간


눈보라는 동천 여항을 떠돌던 물들의 시신

스스로 눈꽃 조화를 품은 조문 행렬

저장된 물들의 허묘에 상복을 입히는 시간


폭포는 투신하면서 동사한 물의 상장(喪杖)

언 강은 강철로 된 무지개*로 짠 관짝

만년설은 영면한 물로 기운 두건


겨울 물은 그렇게 죽어서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중

(도무지 사람 말고는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때가 되면 봄은

반드시 그 죽은 물을 써서 꽃의 형상을 지을 것이다


*이육사의 시 <절정>에서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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