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27 이육사 <연보>
120여 년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가 있다면 억만금을 주어서라도 사 보실래요. 저는 아마도 후다닥 살 것 같은데요, 그것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이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또 그와 인연을 쌓으며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겪어가며 살아가는 일!! 슬픔이 결코 영구히 슬프지 않고, 두려움이 결코 두렵기만 한 것이 아니고, 기쁨이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이 아님을 사려하고 산다면, 이 세상 참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요. 저는 운 좋게도 아직까지 사람으로 인한 어려움을 덜 느끼는 것은 아마도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면,,, 백 년이 넘는 시간대로 돌아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가 막힌 방법을 제가 개발했다는 거지요. 바로 ‘김사인과 함께 우리 시 깊이 읽기’라는 타임머신이지요. 이 시계를 조종하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그 시절로 돌아가는데, 온갖 세상을 다 보여주면서 제 눈과 귀를 포함한 육감을 휘둥그레 만들었답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시계바늘 위에 올라탄 모든 사람들이 같은 느낌이었다는군요. 기껏해야 1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군산인문학당에서 열었던 특별강연시리즈 1탄을 마친 어제. 말도 형용할 수 없는 아쉬움에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지배당하고 있는 말이 숨 쉬는 식물 같습니다. 김사인 시인의 말을 통해 흘러나온 김소월시인, 정지용시인, 김영랑시인, 그리고 이육사시인의 시와 초상들은 가히 제 몸에 새겨있는 무늬처럼 느껴야겠구나 싶습니다. 한 사람도 허투루 산 삶으로 글을 쓴 이가 없으니, 강연을 들은 사람들은 분명 시를 쓰고, 글을 씀에 무한한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2월 한 달 내 목요일만 되면 주초부터 부산했던 제가 오늘부터는 텅 빈 마음이 될 듯하여, 더욱더 스산하지만, 오히려 ‘진짜 공부‘ 방이 마음속에 생겼으니, 분명 달라질 저를 기대해 봅니다. 3월부터 다시 근대시인들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필사하면서 배움의 기쁨을 두 배로 늘려볼까 하고요. 본 행사가 시작에서 끝까지, 변함없이 도와준 우리 인문학당 학인 여러분과 외부 청중, 그리고 수시로 찾아와 주신 여러 시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본 강연을 다 이끌어주신 김사인 시인께 제 마음을 모두 담아 감사 인사드립니다. 다음 특별강연에는 동양고전 공부를 청해볼까 하는데요. 아직 강사님이 미정이지만 곧 발표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저도 생계문제가 걸린(^^) 학원 일에 좀 더 몰두하며, 책방과 인문학당을 건사해야겠습니다.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먼저더라고요.^^ 오늘도 이육사시인의 시 <연보> 들어보시죠.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연보(年譜) - 이육사
'너는 돌다리목에 줘 왔다'던
할머니 핀잔이 참이라고 하자.
나는 진정 강(江)언덕 그 마을에
버려진 문받이였는지 몰라.
그러기에 열여덟 새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
첫사랑이 흘러간 항구(港口)의 밤
눈물 섞어 마신 술 피보다 달드라.
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
바람에 부쳐 돌아온 고장도 비고
서리 밝고 걸어간 새벽길 우에
간(肝) 잎만이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
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 해도
쇠사슬을 잡아맨 듯 무거워졌다.
눈 위에 걸어가면 자욱이 지리라.
때로는 설래이며 바람도 불지.
- 시문학, 1939 -
'김사인과 함께하는 우리시 깊이 읽기' 마지막 강연... 함께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특강후 안녕^^ (먼저 가신 군산 분들 안계셔서 아쉽)
행사 도와주러 서울군산 오고간 딸래미와 한컷
이육사시인의 기개를 그대로... 안동사람 안상학시인께서 들려주신 시낭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