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28 이기철 <봄이 오면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2월의 마지막 날이군요. 개인적으로 참 바빴던, 그래서 어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복잡다단한 일상이 중첩된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듯, 오늘을 잘 마무리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겠지 싶어서 어젯밤에는 각종 공과금 용지들부터 처리했답니다. 어떤 것은 연체금도 붙어있고요. 어떤 것은 ’이게 또 뭔가?‘하는 물음표를 달아준 공과금도 있고요. 어제 ’머니 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고 말했는데, 요놈의 ’머니‘는 늘 제 삶을 긴장하게 만드는 담금질입니다.
오늘은 잠시 후 7시부터 특별한 수업이 있습니다. 뭔 수업을 아침 댓바람부터 하냐고 물으신다면... ’ 2026 군산평생학습관 온택트수업- 현대시의 시 강독과 글쓰기‘라는 프로그램이지요. 작년에는 1년 동안 근대시인 15명 정도를 만나서, 그 공부의 여파가 상당해서 이번 인문학당 강연까지 벌이게 되었지요. 오늘부터 또다시 1년 동안 현대시인들을 만나는데요. 어디 시간이라는데, 근대 따로 현대 따로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시인도 근대시인 따로 현대 시인 따로 규정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겠지요. 이번에도 온택트 정원을 꽉 채우면서 수업을 시작하니, 제가 적지않이 많이 배우겠습니다.
내일은 삼일절 행사가 있는데요. 제가 속한 시낭송 단체에서는 삼일절 관련 시극을 연습한다 해요. 무대에 올라가지는 않고요. 저는 사진 찍사를 담당해서, 열심히 보조하려고 합니다. 시극을 준비하는 다른 회원님들께서 감동스러운 연극을 보여줄 수 있도록요. 하여튼 주말이 되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지요. 왠지 어떤 골목길 담벼락 아래서 예쁜 노란 봄꽃 한송이가 얼굴 빼꼼히 내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의 아침입니다. 하지만 기온이 가끔 변덕을 부리지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따뜻하게 옷 입고 다니세요. 오늘은 이기철 시인의 <봄이 오면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를 들려드릴게요. 저도 처음 읽어본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이 오면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 이기철
낯선 곳으로 편지를 쓰기 위해
봄이 오면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내가 쓰는 편지는 아무 곳에도 도착하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그러면서도 나는 대문을 나와 골목을 지나 아무 데도 없을 상점으로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봄이 펴놓은 색지가 걸어가는 내 발을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작년에 신던 나무의 신발이 작아 보인다
농구선수같이 물씬 커버린 나무에게 더 큰 신발을 사주어야 한다
아침이 지나고 저녁이 와도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지 못할 것임을 안다
연필을 사는데 일생이 걸릴 것임을 나는 잘 안다
땅속에 묻힌 씨앗들에게 너희에게도 영혼이 있느냐 물으며
아직도 찾아가지 않은 세상의 약속들을 위해
설령 상점이 없다 해도
그 곁에서 나는 보랏빛 꿈을 꾸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내 쓰는 편지가 끝내 봄에게 부치는 편지였음을
마지막 구절엔 일생이라는 끝말을 써넣어야 함을
나는 미리부터 안다
꿈을 꾸는 것만이 꿈을 가꾸는 시간이라는 믿음에 밑줄 긋기 위해
기다림이 생을 끌고 가는 힘이라는 데 방점 치기 위해
나는 봄이 오면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완주 동상곶감.. 엄청 맛있어요
이것은 씨앗일까요. 몰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