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30

2026.3.14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by 박모니카

아실 분들은 아시지만, 책방의 상당수 물건들이 중고라는 딱지가 있지요. 하다못해 저는 제가 입는 옷도 ‘순환의 가치’를 달고 있는 옷을 더 좋아할 정도로 제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있습니다. 좋은 말로 근검절약하고, 공공의 사용품은 약간의 비용을 추가해서라도 새 물건을 사기도 하지요. 얼마 전에는 한 지인께서 학당 강연에 편히 쓰라고 등받이 의자 구매에 쓰라고 기부해 주셔서 눈물겨웠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제 새로 산 복합기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공자산입니다. 김춘수 시인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한 것처럼 이 복합기에 이름 하나를 붙여주고 싶은데요. 좋은 이름 하나 만들어 주세요.^^


잠시 후 7시면, 온택트 시 수업 ’ 신동엽 시인(1930-1969)‘을 만납니다. <신동엽 시선집>을 엮은 강형철 시인은 군산에 사시는데요. 2013년에 이 시선집을 엮으면서 서문에서, ’ 한국전쟁이 끝나고 휴전협정(1953)을 맺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인데도 한국전쟁의 상흔은 신동엽 시인의 삶과 죽음에 선연히 아로새겨져 있다 ‘라는 말씀을 하셨네요. 그러면서 ’이 땅에 민주의 세상과 통일에 보탬이 되는 구체적인 힘으로 기여하기를 가슴 여미며 빈다 ‘라는 표현을 읽으며 저는 새 마음을 모았습니다.


오늘 제가 발제할 시는 신동엽 시인의 첫 시집 『아사녀』에 나오는 <진달래 산천>입니다. 시의 제목을 보면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 생각나서 두 시 사이의 혹시 있을 연관성도 혼자 고민해보기도 했네요. 하지만 저는 시 공부가 미천하여, 단지 중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식으로 두 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시의 성격, 혹시 시인이 전하고픈 내면의 소리 등을 들어보려는 노력만 했답니다.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공부는 어디에서 채워야 하는지 답답해하면서요.^^


신동엽 시인의 시는 장편이 많아서 다른 회원들께서도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요. 이번 학기에서 선택한 김수영 시인, 신동엽 시인, 고은 시인, 박노해 시인들을 통해서 시가 결코 현실과 따로 떠도는 추상의 개념이 아님을 알고 싶을 뿐이지요. 혹시나 공부 많이 하신 어느 분께서 저희들의 자발적 시 탐구에 도움이 될 만한 교수를 해주신다면 참 좋겠다 하면서 열심히 시를 읽어보았습니다.~~ 신동엽 시인의 대표 시 <껍데기는 가라>를 낭독하면서 여러분도 빈 껍데기를 멀리 보내고 진짜 알맹이를 받아 안는 오늘이길 바래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