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46

2026.3.30 마경덕 <그늘>

by 박모니카

비가 오려는지 큼큼한 비 냄새가 가득합니다. 역시나 일기예보에도 비 소식이 먼저 와 있군요. 따뜻한 차 한잔 들고 창밖을 보다가 자리에 앉습니다. 지인들은 저를 보고 ‘제발 쉬어가면서 일해’라고 하는데요. 사실 저는 뭔가를 생각하고 행동으로 하는 그 모든 것이 저를 살아가게 하는 근원입니다. 쉴 때도 ‘쉬어야지’라고 확실히 정해놓고 그 안에서 쉴 만큼, 너무 강박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지요. 그럼에도 이렇게 손가락이라도 움직이는 행위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천성이겠지요.^^


어제까지 텃밭에 남편과 지인의 도움으로 감자는 다 심었으니 이제 감자는 지 맘대로 살아갈 거예요. 살다가 살다가 저의 손길이 필요할 때는 또 알아서 아우성을 보내겠지요. 잡초도 뽑아달라고, 감자꽃도 봐 달라고, 사진에 남겨두라고, 짧은 글 하나 헌사 하라고 등... 그러고 보면 세상이 제 아무리 난리를 쳐도 자연물들은 지 알아서 살아가고, 그것도 백 년 천년 변함없이 한 마음으로 잘 살아가니, 자연을 모방하는 삶에서 위로를 찾으며 사는 게 아닐까요.


새벽 뉴스에는 미국 놈들이 이란에 지상전을 위한 병력을 배치 완료했다느니, 이란은 대꾸하길, 오기만 하면 다 불태워버리겠다느니, 우방이고 뭐고 필요 없다, 중국 놈들도 다 가버려라, 미국에선, 트럼트 네가 왕이냐 그만 내려와라...라는 수많은 우려의 말들이 들립니다. 그러나 그 속에 가장 크게 들리는 소리는 ‘힘없이 생명을 멈춰야 하는 사람들의 비명과 슬픔곡조’입니다요.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야 하는데, 왜 저는 아침부터 이런 일에 안테나가 바짝 서 있는지... 할 일도 많고만... 명쾌하지 않은 월요일 시작이네요.~~


‘연결’ 이란 화두를 가지고 잠시 생각해 보면 이 작은 삶 하나에도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는 세상살이. 이왕이면 다 행복하다고 웃는 세상살이면 참 좋겠는데, 어떤 이는 이 연결고리로 배를 채우고, 어떤 이는 생명이 끝나기도 하니, 나는 어디쯤에 서 있을까, 아니 어디에 서서 살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최소한, 누군가와, 무엇인가와 잘 연결해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학원에서 가르치기도 하고, 책방도 하고, 학당도 만들고, 동네 살리기 활동도 시도하고, 별의별 짓을 구상하나 봅니다. 오늘도 저는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웃을 수 있도록 ‘연결고리’ 하나 잘 만들어보겠습니다. 마경덕시인의 <그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늘 – 마경덕


일시에 폭발하는 저것들은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다.

가지 끝 한 송이 꽃을 꽂는 목련은 하늘로

향기를 밀어 올린다.

목련을 껴안은 허공만이 나무연꽃의

살 냄새를 맡는다. 며칠만 살다 함께 죽는

저것들.

목련이 겨우내 열중한 것은 차디찬 몸에

불을 들이는 일,

꽃의 머릿수를 세고 부풀린 꽃봉오리에 담길 향(주)을

만드는 일. 빈틈없는 계산이 가지 끝에 봄을 꽂는다.

손을 놓친 목련, 발밑이 어지럽다. 새끼를 잃고

낮 빛이 질린 어미는 그늘인 듯 눈에 띄지 않는다.

꽃 진 몸이 어둡다. 언제 거기 목련이 있었던가?

3.30 그늘1.jpg


어제 걸어 다니다가... 찍었어요.^^

3.30그늘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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