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48

2026.4.1 도종환 <부드러운 시간>

by 박모니카

‘경계의 무딤‘에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 보았더니 웬일 인지 평화가 제 안에 깃들더군요. 3월의 마지막이 어땠고, 4월의 첫날이 또 어떨지를 경계를 지어 말하는 습관과 행동을 잠시 접어두고 그 경계의 위에 서 봅니다. 구분하지 않고 둘 다를 껴안아 연속되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을 가져봐야지 하는 맘으로요.

날이 밝아 눈을 뜨니 벌써 7시가 넘었군요. 확실히 춘분 이후 밝은 시간은 길어지고 활동할 수 있는 너비도 넓어지고요. 춥고 어둡고 웅크렸던 날들은 분명 멀리 사라진 듯하지요. 어제는 전주에 볼일이 있어 다녀오는데 더욱더 따뜻한 봄날을 느꼈습니다. 전주행 도로변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군산에서 못 본 개나리도 쭉쭉 하늘로 솟아가며 노란 봄빛을 터트리고요. 그 자잘한 노란 꽃잎들이 시골집 마당에서 공기놀이하며 수다 떠는 어린아이들 입술 같아 보였죠. 시를 못 쓰는 저에게도 시를 써보라 꽃들이 말하는데, 분명 시인들에게는 호시절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어찌 이런 날을 두고 가만히 있겠어요?^^


오늘은 오랜만에 은파 유원지 길을 산책할까 합니다. 그곳에는 벚나무는 원래 유명하고요. 엄청 큰 목련꽃 언덕이 있어요. 아주 여리고 여린 연둣빛 버드나무도 있겠군요. 원래 3월은 꽃들이 눈 비비는 달, 4월은 세상에 나왔다고 아우성치는 달이니, 본격적으로 꽃구경 가려는 세인들도 많아지겠지요. 하지만 4월 첫날인 오늘부터는 우리 맘에 4월의 역사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4.3 제주사건, 4.16 세월호사건, 4.19 혁명 등등... 책방에서도 이 행사들을 기념하기 위한 작은 활동을 하는데요. 오늘부터 준비하려 합니다.


아 한 가지 정보 공유할게요!. 군산 한길문고에서 내일(4.2. 목) 시인초청 강연회가 있네요. 도종환 시인의 신작 <고요로 가는 길>과 함께 오시나 봐요. 지역책방의 행사에 함께 참여해서 시인도 만나고 시도 나누고요. 군산의 문화활동에 애쓰는 대표님들께 힘이 되어주세요. 봄날의 산책은 영세 책방이지만 한길은 여러 가지로 여유가 있는 서점이라 좋은 문인들을 많이 모십니다.~~ 저야 변두리 그늘에서 응원하고 협조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도종환시인의 <부드러운 시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부드러운 시간 - 도종환

새로운 것은 유연하다


우듬지 제일 높은 곳에서

한 뻠 더 올라가는 잎은

강한 잎이 아니라

몸이 부드러워진 잎이다


내가 좋아하는 겨울 백양나무도

부드러운 이면을 지니고 있다

사나운 짐승들도 부드러운 시간에

서로 사랑한다


외피가 들처럼 딱딱한 벚나무도

연분홍 꽃을 피울 때는 제 안에서

연한 마음을 꺼낸다


그대가 가만히 열리는 시간도

부드러운 시간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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