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h My Life

어쩌다 마주친 STA영어세상

2021.7.13

by 박모니카

어쩌다 시작한 학원이라는 직업마당에서 18년 차를 맞았다. 얼마 전 학원 생일 7.1일에는 학생들이 0행시를 지어서 학원의 생일을 축하했다. 해마다 하는 행사이지만 학원의 생리상 학생들이 변수가 되고 나와 남편, 선생님들은 고정수가 된다. 변수들의 0행시의 작품도 다양하다.


S, Special

T, Teachers 있는

A, Academy

영, 영어학원하면

어, 어~~ 언제나 우리 학원이지

학, 학원에 올땐

원, 원장 선생님도 우릴 아껴주는 STA로 오세요!


초등 3학년 민하의 작품이다. 학원에 온 지 1년 정도이다. S를 어떻게 썼냐고 물었더니, 선생님들이 힌트를 주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내 얘기도 들어있어서 우수작으로 뽑았다.


S, Study

T, Together

A, ABCD 한글자씩 함께 공부해요

영, 영어는 어려운게 아니예요

어, 어서와서

세, 세계의 언어를 함께 공부해요

상, 상상 그 이상 일겁니다


초등 6학년 혜영이의 7행시이다. 인연이 된지 3년차다. 애기 같은 포동한 모습이 요즘은 제법 중학생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어느새 애벌레에서 사랑스런 나비 한 마리가 되었다.


초등 1학년부터 중 1학년까지 행사한 O행시 짓기에서 우수작 20작품을 뽑아서 작은 상금을 주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간식으로 학원 생일 잔치를 함께 나눴다.


인생의 길은 정말 알 수 없다. 학원이란 장이 내 직업의 일터가 될 줄이야. 그것도 어느새 20여년이 지나다니. 아들 6살, 딸 4살 때 시작했는데, 두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다. 이 터에서 내 아이들 역시 삶의 공간을 만들었다.


처음에 학원생은 하나도 없었다. 유치원생이 된 아들 하나를 놓고 영어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지인들의 고등학생 과외를 부탁받으면서, 또 영어스토리텔링 무료수업을 4년동안 진행하면서 학원은 신뢰를 얻었다. 학원의 공간 한쪽에 항상 아이들의 놀이공간도 두었다. 우리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놀러 오는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놀면서 영어를 익히는 형태의 활동수업을 보여주니, 저절로 쉬운 영어, 즐거운 영어세상 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세상에 저절로 잘되는 일이 있을까. 단언코 그런 일은 없다. 나 혼자서 잘나서 되는 잘 살고 행복할까. 결코 그런 일은 드물다. 내 삶은 늘 누군가와 함께였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까지도 나의 삶에 햇빛도 주고 빗방울도 주고 산들바람 되어주고 그늘도 드리워주었다.


나이 40에 시작한 새 삶터에 하나 둘씩 나이테가 얹혀지더니 이제는 학원의 깊이가 보인다. 학원이라는 공간 속을 학생들이 채워준 시간의 깊이는 너비까지 더해졌다. 무엇보다 학원을 세워준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애정과 응원이 나이테 굴곡을 단단히 채워주었다.

할 수 있는 말은 오로지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것 뿐이다.


오늘도 내 삶터는 살아 움직였다.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 움직여서 동력의 바퀴가 곳곳에 숨겨 있는걸 찾아내기 바빴다.


“00아, 오늘 머리 예쁘네?”

“00아, 시험 보느라 힘들었을텐데 와주었네. 하루 정도 쉬어도 되는데, 말하지 그랬어.”

“00아, 오늘은 플립러닝 한번 해볼까? 너가 선생님 역할을 하는거야. 할 수 있지, 아자아자.”


내 말에 동력의 바퀴를 단 아이들의 에너지가 학원을 채웠다.


학원을 언제까지 할까, 늘 고민 한다. 아이들이 대학교에 가면 쉬어야지 했었다. 그런데 또다시 바꾼다. 내 나이 00까지 해볼까? 백세시대라는데 가능할까? 라며.


학원은 내 동선이 닿는 가장 편안한 장소 중 하나다. 때론 집보다 편하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맨날 일만 하냐고. 쉬는 날이 없다고. 그런데 이곳에 정령이 있다면 나의 마음을 알 것이다.


초등 3학년 채영이가 말했다.

“원장 선생님, 처음엔 선생님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아주 익숙해요. 처음엔 선생님이 무서웠지만 지금 보면 무섭지 않아요.”


채영이는 애교쟁이다. 이 아이가 정말 나를 무서워 했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살랑살랑 말을 잘 건다. 누군가에게 익숙해지는 데는 엄청난 사랑의 마음이 필요하다. 이제 나는 이 마음을 둘로 갈라서 다른 곳에 쏟은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함을 안다. 아직도 부족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다. 그것이 나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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