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11 위클리에세이마지막 글 10회
마음 속으로만 불렀던 노래를 내뱉은 어느날의 추억
지금의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정말 내향적인 사람이었냐고. 그렇다라고 보증할만한 친구가 있으니 망정이지 나의 외부활동을 보면 아무도 믿지 않을 성 싶다.
학창시절, 심지어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도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남 앞에 서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 부분은 여전히 난맥선 위에 있지만, 나이에 따라온 정신적 여유와 경험으로 다소 희석된 것 같다.
중고등 학생때 가장 부러웠던 것은 바로 음악, 그중에서 노래부르는 사람이었다. 발표 한번 해본 적도 없는 내가 노래부르기란 최악수여서 음악시간 성적을 매기는 개인별 노래하기는 가장 큰 지옥이었다. 사실 노래를 못 불러서가 아니라, 남 앞에 서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우리집의 내력을 보면, 친정엄마의 가창은 참 들을만하다. 아직도 목소리가 나보다 더 낭랑하고 고우니, 처녀시절에는 분명 더 예쁜 목소리였을 것이다. 섬에서 열리는 노래자랑마다, 동네 대표로 뽑혀서 양은냄비니, 숟가락이니 하는 살림을 타왔다는 말씀이 맞을 것이다.
노래는 유전적 소질이 강하지 않던가. 내 동생들은 학교 다닐때도 한 노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요즘에야, 갖가지 노래경연이 있고, 대한민국사람 노래 못하고 죽은 귀신이 있는지, 한결같이 노래에 한이 맺혀 있다. 정말 노래를 잘도 부른다.
대중 앞에서의 나의 첫 노래는 바로 노래방에서 였다. 대학원 회식후 선배들과 노래방이란 곳을 처음 갔는데, 돌아가면서 노래를 시켰다. 다행히도 방이 어두었고, 내가 떨리는 모습이 잡히지 않았으며, 쬐끔 좋아했던 선배가 옆에서 같이 불러 주겠다고 해서 마이크를 잡았다.
평소에 발라드 풍의 국내가수 노래와 영어가 좋다고 pop을 즐겨 들었었다. 물론 속으로만 따라했기 때문에 내 목소리가 어떻게 나올지는 별로 관심 밖이었다. 무엇을 부를거냐는 선배들의 요청에, 그냥 순간 내 아버지가 생각나서 가수 박양숙씨의 ‘어부의 노래’를 하겠다고했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려서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선배들의 한마디들은 기억난다.
“오호, 노래 잘하네. 뭘 못한다고 빼고 그랬냐? 노래방도 있으니까 자주 불러봐.”
그 뒤로 종종 노래방에 갔다. 아주 조금씩 손과 심장의 떨리는 소리가 낮아졌다. 지금도 나의 애창곡 탑 순위에는 ‘어부의 노래’가 있다.
내가 더욱더 공개적으로 노래를 부른 것은 ‘노래부르는 영어동화’를 만나면서부터 이다. 영어동요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지만, 더불어 예전에 불렀던 골드팝송을 부르는 재미가 더 좋았다. 특히 바브라스트라이젠의 ‘Woman in love’는 언제 들어도 언제 불러도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너무 음이 높아서 듣기에 더 충실한 위트니 휴스톤의 I’ll always love you’는 영화<body guard>의 주인공 캐빈코스터너의 매력적인 눈동자를 생각나게한다.
Without music in this world, how desolate and lonely would there be ?
신기하게도 아들이 노래를 한다. 취미정도인 것 같지만 학교에서 부전공으로 선택했다는 걸 보면 아예 음치는 아닌 듯 하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이 따로있다. 아들과 나는 35년 이라는 세대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좋아하는 팝과 발라드의 곡은 내가 젊은 날 항상 즐겨 들었던 곡 들이다. 어떻게 아들이 이런 노래를 다 알고 있을까 신기하다.
“난, 엄마가 더 신기하네. 엄마야 말로 진짜 노래를 많이 알고 있는 거예요. 아직도 팝송의 가사 일부를 따라하고, 틀어주는 노래마다, 국내외 가수들의 이름을 말하는 걸 보면 대중음악 평론가 같애. 음악에 대한 배경 지식도 많이 알고 있고요.”
아들과 나의 음악 코드가 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마도 내 청춘의 저 깊은 내면속에 노래에 대한 나의 갈망이 콕 뿌리내려 있나보다. 당당하게 노래부르는 나를 소원했던 그 시절의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고 아들에게 전수됐나보다.
오늘은 가수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 한 곡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에 태풍 하나가 올라온다 하니, 우산 꼭 붙들고 대학시절 선배들과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다.
**<독서동아리 책방향기>와 함께 나누었던 ‘위클리에세이를 마치며**
이미지출처: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