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2020.4 동네책방 탐방기 제 1화

by 박모니카


전주의 동네책방 ‘잘 익은 언어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단절을 느끼며 살고 있던 와중에 지역의 동네서점 중 한 곳이 폐업소식을 알려왔다. 건물주의 월세 인상과 코로나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했지만 지역주민들의 서점을 찾는 횟수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나에게 동네책방이란 무엇일까? 지역에서 동네 책방은 어떤 기능을 할까? 라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이 생각을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에 기사를 보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를 결정했다. 바로 동네 책방 이야기를 써보는 것. 책방의 주인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에서 책방이 왜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를 기록하는 것이다. 여행의 이름도 정했다. 일명 “길 위의 동네책방”.


첫 번째 여정지로 ‘잘 익은 언어들’을 찾았다.

전주의 독립서점 ‘잘 익은 언어들’ 이지선 대표. 그녀와 인연이 된지 근 7-8년 정도 되었을까.

중학생이 된 아들을 위해 학교교육에 관심을 갖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봤다.

그러다 알게 된 곳이 전북 학부모들의 중심 전북교육청이었다.


교육청의 홈페이지를 살피던 중 ‘기자’라는 두 단어에 꽂혀서 학부모기자단(이하, 학기단)에 가입했다. 그 후 둘째아이 고등시절까지 오랫동안 활동을 하면서 이 대표와 인연을 쌓았다.

학기단의 또 다른 장르였던 아나운서 선발 오디션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그녀의 첫인상은 지금도 선명하다, 시원시원한 얼굴만큼이나 행동과 말이 대범하면서도 애교와 코믹스러운 위트를 가진 사람. 바로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말 부러웠었다.

"어쩌면 저렇게 말도 잘하나. 학부모기자단 아나운서는 맡아놓은 당상이고만."

그녀는 전북교육청에서 다양한 교육소식을 전해주는 멋진 아나운서로 변모했다.

찬찬하게 톡톡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와 화법은 평범한 학부모 그 이상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의 전직에 두 가지 이력이 있었다. 하나는 광고 '카피라이터', 또 하나는 어린이 동화 스토리텔러였다. 나 역시도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에 관심이 많아서 그녀와의 경계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몇 년 전 나는 지역의 중학생 봉사활동 중에 '초등학생들과 나누는 한글 스토리텔링'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중학생들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을 초등1-2년 학생들에게 읽어주는 것이다. 시작도 전에 학생들은 봉사활동에 대한 기대감과 걱정이 맞물려 있었다. 그들에게 안도감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활동 시작 전 단계로 스토리텔러의 시연과 강연을 준비했다. 바로 이지선님을 초청했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소소한 비법을 알려주었다. 큰 도움을 받았다.


어느 날. 그녀에게서 색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독립서점으로 동네책방을 준비한다고.

정말 그녀와 어울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또 부러워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과 관심부분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역량을. 축하한다는 말만 하고 ‘꼭 갈께요.’라고 한 지 2년이 지났다.


“선생님 길 찾기 힘드셨죠. 대로변도 아니고 책방도 작아서요.”

동그란 안경 너머 깜박이는 큰 눈과 함박미소, 얼른 내미는 두 손으로 정겹게 맞아주었다.


책방 이름도 예쁜 ‘잘익은 언어들’. 지역 방송과 페이스북 등 다양한 매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SNS를 통해 끊임없이 기발한 이이디어와 생생한 소식을 전했다. 책방을 직접 찾는 오프라인 고객에게만 유쾌한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화면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그녀의 말과 표정에 생동감이 넘쳤다. 무엇보다 사익보다는 공익의 가지가 무성한 서점이었다.


또한 한국 작가회의에서 주관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에도 참여했다. 지방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유명작가들의 특강과 글쓰기 수업 등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민들과의 소통에 막힘이 없었다고 했다. 말과 글로써 만난 소통은 사람과 사랑을 알게 했다고 말했다.

크지 않은 서점내부인데 작가들의 강연 때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담을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웃는 미소 속에서 보았다. 오로지 하나, ‘아 독자들의 마음을 모았구나.’


동네책방은 희망을 주는 샘물이 가득한 곳이다. 목마른 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든지와서 지혜의 물을 마실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의 맛이 어떤지도 알 수 있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요즘 책방주인 이 대표가 보여주는 행동캠페인 문구다. 책방을 찾는 사람들은 이 문구가 써있는 커다란 천을 펼치고 한 컷 찍는다. 그 순간 보는 사람도 보여주는 사람도 참 좋은 사람이 된다.


빠르고 할인도 있는 온라인 서점은 손잡고 미소 짓는 주인장을 만 날수 없다.

‘이 책 좋아요, 저 책 재밌어요. 이 작가의 작품 추천해요’ 라는 정겨운 말을 들을 수 없다.

위트와 지성을 겸비한 동네 책방 안에 균형과 조화의 미가 넘쳤다.

작가와 독자, 지역과 지역민, 공익과 사익, 고전과 현대, 서양과 동양.

책방의 품격을 바로 보여주는 이지선 대표. 바로 동네책방 ‘잘 익은 언어들’에서 우리들을 기다린다.

잘익은 언어들(사진).jpg
도민일보20200415(잘익은언어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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