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산책 손님, 이병률시인
2022.3.23
며칠 전 책방방문을 약속한 손님이 오신다고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군산 말랭이마을을 돌아보고 싶다고 온 시인 이병률씨가 그 손님이다. 이곳에 오는 김에 내 책방에도 오면 좋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답을 주었다. 한길문고에서 작가와의 만남에서도 강연을 들었지만 작가 유명세와 달리 소탈한 모습이 좋았다.
워낙 작은 책방이라 소수의 지인만을 초대하여 작가와 짧은 만남을 만들었다. 강연료도 없이 말랭이마을 관광 중에 만나는 자리여서 한쪽 맘에 미안함도 있었다. 그러나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내 친구 현숙이와 다른 지인들에게 올봄 처음 피어난 매화꽃 같은 선물이었으면 했다.
그런마음이 전해졌을까. 작가역시 스스럼없이 작은 공간에 들어와서 세심하게 둘러보았다. 사실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그 시작이 얼마나 긴장되고 서투르던가. 특히나 내성적이고 섬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의 불도저같은 추진력에 거부감을 느낄 만도 한데 부드럽게 담소하고 글자마다 정성을 들여 싸인하는 그의 모습이 고마웠다.
책방을 준비하면서 책 표지가 예쁜 책 중에 이 작가의 책도 리스트업 했었다. 책 속에 있는 파스텔톤 빛이 나는 사진과 부드러운 미풍같은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시와 여행 산문집. 그의 책을 읽으면 언제나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동네 마실길을 걷는 것처럼 편했다.
작가는 오늘도 나그네처럼 우리 마을을 찾아왔다. 길 위에 있는 모든 것에 눈길을 주며 산다고 한다. 특히 사람 냄새가 나는 모든 곳, 사람 속에 있는 것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여행을 그리워하지 않은 자가 어디 있으랴마는 유독 그에게서 나오는 여행의 향기는 별난 빛 같아 보였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른 그의 여행마저도 책방의 손님들에게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말랭이마을에 책방을 차리게 된 과정과 이 마을이 변화하게 될 모습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지역인이 아닌 군산을 좋아하는 타지의 사람이 바라보는 말랭이마을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군산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지역민보다 더 따뜻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비춰져서 더 좋았다.
오늘 만남을 위해서 문우 이숙자님 일찍 오셔서 마당에서 피어난 매화꽃잎을 따서 ‘티마스터’로서의 기품을 보여주었다. 글쓰기 후배인 내가 만든 자리에 봄꽃향기를 넣어주어 빛을 내주려는 그녀의 마음에 감탄했다. 바쁜 와중에 늘 선도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칭찬해주셨다. 이병률 작가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이 차를 마시는 기본 매너를 배우면서 매화향기를 마셨다. 오늘 참 행복하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 아침 티 만찬의 정수를 익히는 시간이었다.
책방을 잘 운영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유명한 작가들을 섭외하는 거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작가들의 초대비용은 나의 한계를 넘어선다. 작가의 삶과 생각을 담은 책을 통하여 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 만나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나의 책방에서도 그런 만남이 종종 있기를 기대해본다.
소탈한 한 시인이 왔다가 간 책방의 여운으로 하루가 행복하다는 지인의 메시지가 왔다. 다음에도 꼭 이런 모임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래야지... 나와 사랑하는 그대들이 행복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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