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편지’

2022.6.20 어느새 두달을 넘긴 책방 인사글을 보며

by 박모니카

- 무엇을 해도 석 달을 넘기면 보인다지요? 다이어트, 영어공부, 글쓰기, 인문고전강독 등, 무한 반복 석 달의 바퀴 속에 들어있는 저의 일상과제입니다. 책방지기 100여일, 힘겨운 문턱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요. 아주 오래된 시간의 나이테가 제 몸속에 있는 듯, 책방지기라는 이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사람, 인간(人間)에 있음을 알아요. 사람과 사람사이를 잇는 이야기가 늘 책방의 신선한 공기가 됩니다. 절로 시간을 망각한 즐거운 일상에 젖습니다. 아침편지를 받아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오늘은 김숙자시인의 <비울수록 채워지는 향기>를 보내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62번째 편지글이다.


책방을 연 지난 3월 한달, 전국 각지에서 방문한 손님들이 책방방명록에 소감을 써주었다. 기록을 남길 때마다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책방의 공식적인 행사문자를 띄워도 되는지를 물었다. 대부분 흔쾌히 좋다고 해서 무엇을 보내면 광고문자 같지 않을까를 생각했다. 요즘 사회에 뿌려지는 문자의 수와 양을 보면 가히 걱정과 우려를 넘어선다. 내 뜻이 아무리 좋아도 상대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미리 허락을 받아야 했다.

책방오픈을 기획하면서 메모했던 노트를 펼치니 그 중 하나에 이런 말이 써 있었다.


‘작가 이슬아가 보내는 <일간 이슬아 수필>처럼, 책방 손님들에게 편지 띄우기’


‘그래. 나는 시를 소개하는 아침편지를 쓰자. 좋은 시 한편으로 행복한 아침을 맞이해보자. 필사시화엽서를 쓰자하면 봉사활동이라는 무거움이 있지만 책방 주인이 보내주는 시 한편 받으면 좋지 않을까’ 라며 시가 보여주는 문화의 꽃이 피어나길 바랬다. 한 달 사이 책방에 와서 전화번호를 남긴 사람들의 수가 50여명을 넘어섰고, 문화마을을 꿈꾸는 군산 말랭이 마을에 이런 작은 책방이 있음을 아침마다 인사하고 싶었다.

4.18일 첫 번째 봄날의 산책<시가 있는 아침편지>를 띄웠다.


- '당신께서 제 편지를 받아주세요'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인지 당신은 아시나요. 말이 없었던 저는 어려서부터 마음속으로만 말을 했지요. 어느 때는 일기장으로, 또 어느 때는 보내지지 않을 편지로, 때때로 독후글로. 글을 쓰는 행위가 없었다면 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상상만 해도 두렵습니다. 뭉특하고 경계없는 어떤 물건이 제 영혼에 쑥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산 말랭이에 세평책방 <봄날의 산책>에서 시가 있는 아침편지를 드립니다. 이곳을 찾은 여러분께 아침인사로 행복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합니다. 첫 번째 시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입니다. 책방지기 모니카올림.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중략)


처음에는 아는 지인들이 보내는 격려와 감사의 이모티콘이 많았다. 문우인 이숙자님과 김정희님은 매번 글 답장을 보내주셨다. 어떤 분은 더 좋은 글을 보내주시면서 화답했다. 시간이 갈수록 답장을 주시는 분들이 늘었다. 용인에서 다녀간 한 부부왈, ‘왜 우리 남편에게는 안 오는지 궁금해요. 같이 보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와서 확인하니 전화번호 숫자 오기가 있었다. 감사의 말씀과 함께 그 뒤로 편지를 보냈다.


또 충주의 방문객은 시집을 출간한 작가인데, 고향 군산을 찾았다가 방문했다. 다녀간 후 본인의 시집과 캘리그라피로 쓴 액자를 보내면서 아침편지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분당의 방문객은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책방과 편지를 소개했고, 그 밖의 많은 분들이 아침마다 보내는 시를 기다린다며 고마워했다. 어떤 이는 시를 중략하지 말고 전문을 보내달라고 해서 매일 시 한편씩 검색해보는 재미도 좋아요 라고 말했다.

매일 편지를 보내던 어느 날, 어떤 이의 문자를 받았다. ‘아침마다의 수고는 고마운데 본인은 안 받아도 무방하다’는 내용이어서 바로 사과를 드리고 멈춘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들은 긍정적인 대답 또는 무답을 하셔서 지금까지도 <봄날의 산책> 아침편지는 계속된다.


책방 오픈 석 달이 지나는 동안 편지의 수신인이 150여명이 넘었다. 내 핸드폰은 1일문자 150여통이 넘으면 요금이 부과되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114에 전화해서 문의하니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하면 다시 무료문자로 복귀된다 했다. 다행스럽게도 스팸문자로 신고된 것이 없어서 가능하다는 안내원의 대답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모른다.


오늘은 63번째 아침편지를 보냈다. 마침 결혼기념일이었다.


- 도올선생왈, 천지창조의 모든 비밀은 부부에서 시작한다며 시경에 나오는 언비어약(鳶飛魚躍,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위로 약동하는)으로 부부의 도를 말하네요. 기념일에 무심한 저와 달리 남편은 아주 세심하고 시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지요. 결혼한 날을 기념해서 아무리 바빠도 백련꽃 한번 보러가자네요. 오랜만에 책방 문 닫고 남편과 맛난 점심한끼 먹으며 옛날을 추억하려 합니다. 오늘은 함민복시인의 <부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


부부 –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중략)


<시가 있는 아침편지>는 작은 책방을 찾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아주 작은 글 주머니이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주머니 속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시와 책방지기의 마음이 모아져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시로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선물이 되고 싶다.

아침편지포스터6.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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