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23 지역작가와의 정담 손님 김승환교육감을 모시며
12년 전 큰아이가 중학생 1학년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 한번 가본 적이 없어서 학부모활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엄마였다. 오히려 중학생이 되니 아들의 학교생활이 궁금했었다. 우연히 검색사이트에 전북교육이란 말을 쓰니 ‘학부모교육’ ‘학부모기자단’이란 말이 눈에 띄었다. ‘기자라고?’ 무조건 호기심이 당겼다. 내 꿈 중 하나가 기자가 되는 것이었으니.
전북학부모기자단은 전북교육현장에서 학부모들이 시민기자가 되어 학교, 학생, 학부모의 유기적 관계를 다양한 측면으로 글을 쓰는 활동이었다. 1기 회원이 되어 정말 재밌게 자존감 있는 학부모로서 대접받으며 활동했다. 그때 전북교육감이 바로 김승환교육감(2022.6.30. 퇴임예정)이다.
얼마 전 교육감의 페이스북에 올려진 타이틀 ‘치열하고 유쾌했던 12년, 마무리합니다‘를 보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나도 역시 교육감의 12년 현장 속에 학부모로서 유쾌했던 추억이 있었다. 학부모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였던 것은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요구할 수 있는 주체자로서의 인권을 보장받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군산학부모들과의 토크(Talk)‘를 진행하는 사회를 맡게 되었다. 주된 내용은 사전의 질의내용에 나와 있어서 형식적인 질문과 대답에 그쳤다. 그런데 교육감께서 청중을 향해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를 낭송하신 순간,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시를 낭송하는 교육감이라니. 그 뒤로 소위 교육감의 열혈팬이 되어 버린 나였다.
교육감의 재선까지는 내 아이들 역시 고등학생이었기에 그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가졌지만 3선부터는 SNS를 통해서만 교육감의 일상을 바라보았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책방에서 주관하는 ’지역작가와의 아름다운 정담‘ 세 번째 손님을 고민하고 있던 어느날. 갑자기 교육감의 시낭송이 생각났다. 책방지기가 된 내가 그를 지역의 작가로서 다시 뵙고 싶었다.
“교육감님, 제가 어쩌다 보니 아주 작은 책방하나를 내서 말년에 즐겁게 살고 있네요. 아이들이 어느새 대학생이구요, 중고시절 교육감님과의 추억이 새롭습니다. 책방의 지역작가와의 정담 코너에 오실 수 있으세요? 혹시 가능하다면 당일, 시한편 꼭 들려주세요. 명색이 시집을 많이 홍보하는 책방입니다.”
퇴임을 앞두고 바쁜 일정에도 작은 책방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나는 몇년전 읽었던 교육감의 책 <교육감은 독서 중>을 다시 읽어보았다. 이 책은 10여년 전부터 교육감께서 읽으신 책들에 대한 서평을 모은 독서에세이집이다. 교육, 법학, 정치, 경제, 외교, 인권, 언론, 환경 등 전문적 분야 분만이 아니라 시, 소설, 동시 등 문학에 이르기까지 84권의 책에 대한 서평이 들어있다. 다양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독자들을 위한 좋은 책이라고 권했었다.
책방지기로서 정담을 앞두고 작가의 책을 준비하고 청중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알차게 하고 싶었다. 시간이 돈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이 책과 교육을 주제로 만나는 정담자리를 후회없이 잘 꾸미고 싶었다. 교육감의 출간책 3종 <교육감은 독서 중> <눈보라가 친 뒤 소나무 돌아보니> <김승환의 듣기여행>을 준비했다.
정담의 주제는 <내가 꿈꾸는 사회, 책 권하는 사회>라고 말씀하셨다. 정담날짜를 정하고 SNS의 홍보와 동시에 정말 초대하고 싶은 지인들을 초청했다. 원래 정담의 장소로 책방 앞 팽나무 그늘을 생각했는데,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말랭이 마을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오셔서 책방과 주변 전경을 둘러보시고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교육감의 12년 세월 속에 내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었다고 말씀드리니 어느 학과를 다니는지를 묻고 옛날을 추억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봄날의 산책 책방지기 모니카입니다. 지역작가와의 정담 손님으로 오늘은 제가 존경하는 김승환 교육감님을 작가로서 모셨습니다. 제 아이들의 초중고 시절, 학부모 활동을 하면서 맞닿은 인연으로 저의 부탁을 들어주셨네요. 저에게 교육감님은 언제나 소박한 모습으로 소리없는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학부모이시거나, 학부모를 거친 여러분들과 즐거운 대화가 되도록 형식없이 자유롭게 말씀 나누시길 바랍니다.”
김교육감은 준비한 책 3종에 대하여 간략한 설명을 한 후 학부모들의 질의를 받았다. 퇴임 후에 어떤 일을 구상하는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지, 평소의 교육철학과 교육감으로서 이행은 어떠했는지, 자녀들의 학교현장에서의 일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대화를 할 때는 늘 상대방의 눈을 보고 한다는 말씀처럼, 질문자와 청중들 한사람 한사람의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상대방과 얼마나 깊은 소통을 원하는가를 알수 있었다.
주어진 한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가서 결국 대화를 마무리하며 시 한편을 낭송해 줄 수 있는지를 부탁드렸다. 주저없이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를 하셨다. 역시 나의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잔잔한 시낭송에 울컷해서 행사를 기획한 나에게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중략)
가난하다고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책방에서 송시를 준비했다. 지난번 시낭송에서 멋진 낭송을 보여준 윤혜련님께서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을 낭송했다. 송시의 낭송을 듣는 교육감의 표정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회와 감사가 가득했다. 행사 후 송시낭송으로 시종일관 뭉클했다고 말씀하셨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중략)
학부모와 교육감으로 만난 인연이 이어져 책방지기와 작가로서 만나니 참으로 세상일은 오묘하다. 12년간 전북교육현장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교육의 혁신 아이콘이셨던 김승환 교육감의 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제는 당신이 꿈꾸는 사회, 책 권하는 사회에서 지역의 인생 선배로서 만나 뵙고 싶다. 그분과 함께 책을 읽고 사유를 나누고 후대를 위해 언제든지 발 벗고 행동하는 벗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