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5

2022.4.22 백석 <국수>

by 박모니카

백석의 시 '국수'를 읽다가 눈물이, 류시화의 시 '그런사람'을 읽다가 또 눈물이.

눈물은 가슴속의 말이라는데 이러다가 홍수가 되겠어요.

그럴지라도 시로서 눈물의 씨앗을 퍼트릴 수 있음 좋겠습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국수 -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텀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베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기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러났다는 먼 녯적 큰 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아바지기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 더북한 삿방 쩔쩔 끊는 아루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4.22 백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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