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기부가 된다냐, 새우장 담았다

2019. 12 엄마와 요리 3

by 박모니카



올해도 변함없이 바자회를 열 것이다. ‘겨울철 독거노인을 위한 연탄마련바자회’이다. 5년 전부터 학생들과의 자원봉사활동 중 하나로 시작했다. 첫해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기부금을 주어서 두 가구에게 각각 300장씩을 기부했다. 한 겨울 눈발 속에서 학생들은 연탄을 각 수혜자의 집에 날랐다. 활동 후 사진을 보니, 내 맘에 뭔가 못내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 색다른 방법을 없을까 생각했다. 우리 학생들이 진정으로 활동의 취지와 기부의 마음을 느끼면 좋을 방법. 학생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 팔면서 아나바다 일일 중고장터를 열어보자고 기획했다. 학생들에게 나의 뜻을 전하니 완전 공감했다. 최애음식인 떢볶이, 오뎅을 포함해서, 쏘떡쏘떡, 치킨텐더, 컵라면, 샌드위치, 햄버거 등을 직접 만들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순수익으로 연탄 900장을 마련했다.


연탄기금 마련 3년차에 지인이 주말농장 텃밭을 꾸려보자고 제의했다. ‘옳거니, 바로 이거다. 학생들과 텃밭에 작물도 심고, 수확물을 판매하여 기부금을 마련하자.’ 학부모들의 지지와 학생들의 호기심이 가세했다. 그해 봄, 나는 처음으로 맨 땅을 다지고, 씨와 모종도 뿌리고 학생들은 한 달에 1회 이상, 잡초도 뽑고, 주변 청소 등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했다. 텃밭운영과 정기 바자회를 통해 모은 기부금은 연탄 1000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바자회 4년차, 텃밭 운영 2년차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텃밭의 복덩어리였던 호박이 주렁주렁 열리던 어느 여름날, 밭에서 고추와 가지, 호박 몇 개를 가지고 엄마 집을 찾았다.


“올해도 그 기분가 뭔가 하냐? 남이 알아주지도 않는데 고생만 되는 것을 뭐한다고 매년 하냐. 요새 못 먹고 춥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다고.”

“우리가 다 모르는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많아요. 알든 모르든 도와줄 수 있으면 좋죠. 제 돈이 다 들어가는 것도 아니구요. 도와주는 분들이 많으니 재밌어요.”



텃밭 작물이 나오는 대로 팔아서 기금을 모아둔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만원 권 두장을 주셨다.

“뭐예요?”라고 물으니 엄마도 고추, 가지를 사는 거라고 하셨다. 호박은 당신 씨앗으로 했으니 써비스 달라고 하시면서. 받기도 뭐 했지만 엄마의 마음이 들어있어 당당히 받았다.


“엄마, 얘네들은 완전 유기농이니 더 비싸게 받아야 되는데.. 엄마는 진짜 횡재한 거예요. 가지 무침해서 저 좀 주세요. 고추는 새콤달콤 하게 장아찌 한 병만 주시구요.”

딸의 요청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눈을 흘겼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텃밭의 작물들은 복중의 상복,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었다.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옥수수 등을 포함해서 수확이 될 때 마다 지인들은 아낌없이 사주었다. 나는 열매가 맺힐 때마다 ‘기부금 모아요’라며 반 강제로 지인들에게 수확량을 알렸다.


어느 날 지인 중의 한 분이 새우를 첫 출하했다고 가져 왔길래, 엄마에게 드릴 새우를 더 샀다. 가볍게 소금구이를 해드시라고 하니, 양이 많다며, 간장게장처럼, 새우장이나 담아봐야겠다고 했다. 겁나게 맛있는 새우장을 나 혼자서 십여마리 해치웠다.


초겨울이 들어서 바자회를 준비했다, 그 사이 텃밭의 작물들은 모두 판매되어 기부금으로 저축되었다. 전 해와 달리 학부모들의 후원 하에 음식만들기 판이 조금 커졌다. 또 기금을 더 모으자는 생각으로 일상 생활용품 판매대도 설치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때 엄마가 오셨다.



“나이 들어서 특별히 해줄 것은 없고, 이거라도 팔아서 연탄 살 때 쓸 수 있을랑가 모르겄다.” 세상에나. 조그많게 둥근 플라스틱 용기에 새우장을 담아서 무려 10통을 가져오신 게 아닌가. 혹시 누가 찾을지도 모른다며 돼지감자 장아찌와 고추장아찌까지. ‘역시 우리엄마 정여사님, 최고최고여요’ 라며 감동의 멘트를 날렸다. 기부의 답례로 롤화장지 30개짜리 1통을 드렸다.


새우장은 간장게장과 담는 방법과 거의 비슷했다. 게장을 담을 때의 계피향과 액젖비법이 새우장의 국물 맛에서도 여실히 흘러나왔다. 사실 게장 먹을 때 천하의 양반이라도 손가락을 쪽쪽 빨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게 껍질이 약하면 그나마 씹기도 좋지만 두꺼운 박하지 돌게장은 왠만한 이빨이 아니고서는 치과보험부터 들고서 먹어야 한다. 그런데 새우장은 성체라 해도 먹기에 부드럽고 연해서 젓가락질 만으로도 충분히 양반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기부 받은 10통은 한시간만에 모두 팔렸다. 엄마의 솜씨를 알고 있는 지인들의 주문 덕분이었다. 무려 250여장의 연탄기금이 마련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엄마는 당신의 기부를 못내 뿌듯해하셨다.


“내년에도 기부행사 또 하냐?”

“당연히 해야죠. 엄마도 행사장 직접 보니까 재밌죠. 추운 겨울날 누군가를 따뜻하게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모습이 좋죠.”

“너도 참. 네 할 일도 바쁘다며 가까이 사는 에미도 일주일 넘도록 안볼 때가 있는디, 노인들 요양병원 찾아 다니도, 연탄도 사다주고, 참 팔자다.”


그 와중에 엄마는 나에 대한 서운한 속마음을 꼭 찝어서 말하셨다. 아이고, 할 말이 없네.


올해 코로나는 어른들 표현으로 역병이라고 했다. 세상에 병이 들수록 역병을 이겨내는 명약은 오로지 사람의 사랑뿐이다. 엄마의 새우장은 굽어진 새우 등 만큼이나 살아본 다음에 삶의 지혜를 발견하지 말고 매 순간 삶의 기쁨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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