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17

2022.5.4 김수영 <풀>

by 박모니카

<시 읽기의 즐거움>이란 책에는 ‘좋은 시는 되읽을수록 의미가 풍부해지고 음악성이 살아난다.’고 했구요,

조선의 시인 매월당 김시습은 ‘시(詩)를 배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시는 전할 수 없고 오로지 묘한 느낌만 있다’라고 했다네요.

살펴보면 결국 같은 말입니다.

시는 리듬이고 리듬은 말소리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이니까요.

매일 한편씩 시를 읽으면 여러분 마음속에 비단보다 더 부드러운 리듬의 파도가 출렁거릴거예요..

오늘은 김수영시인의 <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풀-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도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참고>

梅月堂 詩 - 김시습 -

客言詩可學 余對不能傳 (객언시가학 여대불능전)

但看其妙處 莫問有聲聯 (단간기묘처 막간유성련)

山靜雲收野 江澄月上天 (산정운수야 강징월상천)

此時如得旨 探我句中仙 (차시여득지 탐아구중선)


詩를 배울 수 있느냐는 말씀에

詩는 전할 수 없는 것이라 하였네.(소리없이 싯구에 녹아있다)

詩에는 오로지 묘한 느낌이 있을 뿐이기에

말소리와는 연관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山이 고요함은 구름雲이 들에서 걷히는 모습과 같고

江물이 맑음은 달月이 하늘에 떠 있기 때문이니라.

그러기에 이쯤 독자가 의미를 파악했다면

詩句 가운데 新鮮을 찾은 것이다. (즉 이것이 배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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