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5 권대웅<햇빛이 말을 걸다>
어린시절이 없는 어른은 없지요.
벌써 100주년이 된 어린이날. 책방에서는 그림책을 읽어준다네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과 몸짓을 다시 가질 수 있을까요.
되돌아갈 수 없어도 희망이 있답니다.
바로 자연(自然)이 어린이의 얼굴이니까요.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신록의 향연 속에서 여러분도 어린이처럼 뒹굴어보세요.
참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오늘의 시는 권대웅 시인의 <햇빛이 말을 걸다>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햇빛이 말을 걸다-권대웅시인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