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19

2022.5.6 이기철 <백지의 말>

by 박모니카

“당신은 역시 말벗이자 길벗이야” 남편의 말입니다.

말과 글은 어떤 무기보다도 강하다고 하지요.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품격’을 갖추어야합니다.

책방을 찾는 사람들은 말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 품격의 조건을 가진 사람임을 믿지요.

오늘 당신의 말속에서, 당신의 글 속에서 고귀한 품격의 향기가 넘쳐나길 바라면서 다음 시를 들려드릴께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백지의 말-이기철시인


나의 몸은 언제나 하얗게 비워두겠습니다

네모는 날카로워도 속은 늘 부드럽겠습니다

설령 글씨를 썼다 해도 여백은 늘 갖고 있겠습니다

진한 물감이 있어도 내 몸을 칠하지 않겠습니다

가까이 가고 싶어도 늘 멀리 떨어져 있겠습니다

바람이 불면 납작하게 엎드리겠습니다

칼날이 다가오면 물처럼 연해지겠습니다

그러나 불빛에는 되도록 반짝이겠습니다

노래가 다가오면 치렁치렁 몸으로 받겠습니다

언제나 당신이 들어올 문을 열어두겠습니다

당신이 들어오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향기가 되겠습니다

그땐 당신이 내 몸에 단 한 폭 그림을 그리십시오

그러기 위해 한 필 붓을 마련해 두겠습니다

5.6백지의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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