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0

2022.5.7 피천득 <오월>

by 박모니카

책방 앞 팽나무 잎이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집니다.

금방이라도 책방의 시야를 다 덮을 듯해요.

제 욕심이 무성한 나뭇잎을 넘어설까 경계하여 바람이 말했지요

“팽나무와 들꽃 무성한 말랭이를 두고 무에 그리 구할 게 많은가”

정말 그래요. 어둠을 밀치는 힘찬 새벽공기, 환대의 사신 산새들, 한잎 한잎 신록의 활착에 사활을 건 나눗잎들.

이들과 함께 오늘도 월명산 말랭이마을 요정이 되고 싶네요.

오늘의 시는 피천득 시인의 <오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 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 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5.7오월(오동나무꽃).jpg

책방 앞 오동나무 꽃잎을 이제야 자세히 보았네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