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1

2022.5.8 이규리 <꽃피는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by 박모니카

올 2월 타계한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수업>에서는 죽음을 탄생의 신비라고 말했지요.

신비로움을 가득한 나의 존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신앙인들은 하느님 창조관을 말하지만 우리의 실체는 부모로부터 시작하지요.

오늘은 어버이날! 살아계셔도 돌아가셨어도 부모님의 좋은 모습을 당신의 가슴속에 담아보시면 어떨까요.

오늘의 시는 이규리 시인의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이규리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어느 날의 꽃이 가장 꽃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요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꽃 피면 나비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려다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아,

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죄송해요

꼭 그날이란 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전화를 하면 그날이 되는 것을요

꽃은 순간 절정도 순간 우리 목숨 그런 것처럼

순간이 순간을 불러 순간에 복무하는 것인데

차일피일, 내 생이 이 모양으로 흘러온 것 아니겠어요

그날이란 사실 있지도 않은 날이라는 듯

부음은 당신이 먼저 하신 전화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당신이 이미 꽃이라,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나만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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