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21 정채봉 <그리움나무>
책방 앞 팽나무 가지와 잎이 하늘마당까지 오른다 했더니 오늘 전지라는 이름으로 잘렸습니다. 옆집 지붕 위로 그늘이 드리우고 오지도 않을 가을 이파리가 벌써부터 싫다는 민원이 있었다네요. 마음에 무거운 추 하나가 생겼지요. 책방을 돋보이게 하는 모습의 이상과 사람사는 세상의 현실이 부딪혔지요. 기도해야겠어요. ‘나무야 나무야 더디가자. 기다림과 그리움을 삭이면서.’
그리움 나무 – 정채봉
모든 이파리는 귀다
그리운 이의 발부리 걸음조차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돋음
미세한 바람 한 점도 놓치지 않았으나
화답은 메아리인 양 멀기만 해
누가 사랑을 소유한다 하였는가
하늘로 한 켜씩 그리움만 재일 뿐이지
오늘도 그리움 나무는
푸른 귀가 단풍 들고
낙엽 되어 떨어져
이제 귀 없는 얼굴로
눈을 맞고 서서
그래도 그리움을 포기하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흐리는 수액 속에서
새 귀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