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25 천양희 <그사람의 손을 보면>
어젯밤에는 박노해 시인의 <걷는독서>를 읽으며 필사를 하다가 새삼 손을 보았지요,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삶과 이력이 보인다는데 혹여나 나는 손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손 등에 흘러내리는 주름무늬를 포장없이 보이며 살아야 함에도 때론 그렇지 못하네요.
오늘만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손, 약자를 잡아주는 손, 정직한 노동의 손이 되겠습니다.
오늘의 시는 천양희시인의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 천양희
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