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8

2022.5.25 천양희 <그사람의 손을 보면>

by 박모니카

어젯밤에는 박노해 시인의 <걷는독서>를 읽으며 필사를 하다가 새삼 손을 보았지요,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삶과 이력이 보인다는데 혹여나 나는 손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손 등에 흘러내리는 주름무늬를 포장없이 보이며 살아야 함에도 때론 그렇지 못하네요.

오늘만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손, 약자를 잡아주는 손, 정직한 노동의 손이 되겠습니다.

오늘의 시는 천양희시인의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 천양희


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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