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24 함민복 <긍정적인 밥>
책을 읽는 제 눈에서 작가들의 손을 기억하면 삼배가 아니라 절로 만 배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남이 만든 땀방울을 노력도 없이 가져다가 제 알량난 곳간을 채우는 과욕이 부끄러워지니까요. 시를 읽을 때는 그들의 고귀한 말 한마디에 더욱더 염치를 느낍니다. 함민복시인의 글 한 줄에서는 삶의 희노애락을 모두 느끼게 하니 얼마나 고마운가요. 오늘은 <긍정적인 밥> 전문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종종 필사하며 마음을 달래는 시...
코로나 시작을 시 필사로 버텼었는데...오늘도 버팀목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