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40

2022.5.27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by 박모니카

내일 행사 ‘시낭송잔치’를 위해 밤새 꼼지락거렸어도 책방지기로서 누구나 모여 놀 수 있도록 잔치상 차리는 일이 즐거웠지요. 누군가가 말하길, ‘남의 시를 보고 듣고 외우는 것 보다는 자신의 삶과 유리되지 않아야 한다’라구요. 지당한 말이지만 남의 시라도 내 맘에 들어오면 무표정한 삶도 붉어지고 길목마다 고개 내미는 꽃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지요. 오늘은 꽃의 여왕 모란(목단)을 그리며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뼏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목단꽃자리.jpg

한국화가 수우 백영란께서 체본해준 모란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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