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4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부모형제의 얼굴을 마주할때마다 내 남은 생의 길이를 생각하곤 합니다. 얼마나 귀하고도 귀한 시간인지 허투루 지나감을 허락할 수 없지요. 떨리는 불편한 어머니의 손에서 만들어진 아귀찜을 형제들과 먹었어요. ‘가시를 조심해라’ ‘천천히 먹어라’를 주문하는 엄마의 말씀에는 아직도 어린 제가 있어 초로의 나이를 잊게 합니다. 연휴의 시간, 가족과 함께하시길. 오늘의 시는 정채봉시인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단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책방 앞 월명산의 만개한 벚꽃을 바라보는 엄마... '참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