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15 장석주<밥>
“밥값도 못했으니 조금만 주시오” “더 드셔야죠. 밥값하실 일 생길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어제 무료급식봉사활동에서 나눈 얘기입니다. 매일 300명이 넘는 점심준비는 완전히 전투현장이지요. 봉사자들의 무념무상한 노고와 온기의 손길은 하루 밥 한 끼를 위해 새벽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더없는 사랑의 인연입니다. 밥을 나누는 일은 목숨을 나누는 일, 이보다 더한 사랑은 없으니까요. 오늘의 시는 장석주 시인의 <밥>.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밥 – 장석주
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얻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룟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시화엽서를 함꼐하는 문우들의 동아리 '책방향기'팀의 봉사의 날